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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휴 May 15. 2024

남도 답사 일번지

강진 영랑생가를 가다

모란은 지고 없었다. 여러 차례 영랑생가를 가 보았지만, 모란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어떤 해에 모란을 보았을 때는 영랑을 만난 듯 행복했었다. 시간이 촉박하여 영랑생가 뒤편 오른쪽 언덕을 오르면 볼 수 있는 세계모란공원을 관람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오월의 은행나무는 초록 이파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 생명력을 과시하듯 맑고 푸른 하늘을 향해 맹렬하게 뻗어 나간다. 담쟁이도 질세라 담벼락을 감싸 안았다. 초록이 대세인 계절이다.



영랑생가 주변 관광지는 입구 오른쪽에 있는 시문학파 기념관, 다산초당, 백련사 등 셀 수 없이 많다. 오늘은 한국 순수시 운동을 주도하고 한국의 서정시를 이끈 시문학파 기념관에서 내가 활동하고 있는 문학단체 행사가 있어서 강진까지 오게 되었다. 모처럼의 나들이도 휴가라고 이름 붙여본다.



맑은 햇살을 따라 시인의 집을 걷는다. 곳곳에 놓인 아름다운 시어가 가득한 시비들이 발길을 붙잡는다. 가만히 마음속으로 따라서 읽다 보면 운율이 살아나고, 마음이 따뜻해진다. 이토록 아름답고 정겨운 우리말을 살려서 시를 쓴 시인의 고운 마음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 시비 사진은 검색해서 편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기념관 입구에는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의 동상이 세워져 있다. 아직도 끝나지 않는 시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지고 있는 듯하다. 살며시 곁에 서서 함께 사진을 찍는 문우들이 행복해 보였다.



시문학파 기념관 전시실에는 김영랑, 박용철, 정지용, 이하윤, 정인보, 변영로, 김현구, 신석정, 허 등 아홉 시인의 육필 및 유품, 저서, 1920~50 년대 문예지 창간호 30여 종, 1920~60년대 희귀 도서 500여 종 등을 소장하고 있다. - 위키백과에서



자료가 연대별로 잘 전시되어 있어서 가치가 높다. 여행길이지만, 시문학파 기념관에 꼭 들러 보면 좋겠다. 익숙한 시인들의 이름과 시를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사의재는 강진읍 동성리에 있는, 다산 정약용강진 유배 시절에 머물렀던  주막이다. 주인 노파의 성의에 감사와 경의를 표하는 뜻으로 직접 주막의 이름을 지어 주었다. (용모, 말씨, 성품, 행동)



사의재 주변은 카페와 전통무 공연장 등 관광지로 깨끗하게 변모해 있었다. 시간이 촉박해서 여유로운 시간을 갖기는 어려웠지만, 좋은 모습으로 복원되고 있는 공간이 소중했다. 역사적 인물이 머물렀던 장소를 복원하여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한 여행의 요소겠지만, 누구와 함께가 더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한다. 30여 년 한길을 걸어온 존경하는 어른들과 새로 만난 반가운 문우들과의 조우가 뜻깊고 행복한 휴가였다. 바쁜 와중에 귀한 쉴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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