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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순님과 금순이

by 민휴

마음을 읽어낸다는 것은, 참 특별하고 귀한 능력이다.



새벽 네 시. 쿵, 쿵, 쿵, 밤의 고요를 서둘러 깨우는 소리가 어김없이 들려온다. 맨 처음 그 소리가 들렸던 때는 출산을 한 달 앞두고 만삭의 금순이가 생각 끝에 남편과 상의하여 어렵게 꺼낸 말 때문이었다.


금순님과 금순이는 쉰 살 차이의 이름이 같은 고부 사이다. 4년 전, 금순이가 결혼하면서 함께 살게 된 시어머니 금순님은 81세가 되었다. 금순님은 금순이가 결혼하기 전부터 중풍과 파킨슨병으로 몸이 온전치 않았다. 금순이는 큰아이가 세 살이었고, 남편은 직장 일로 늘 바빴기에 출산 후에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걱정되었다.



“어머니, 아기 낳고 친정에서 세 이레만 조리하고 올게요. 그동안 큰댁에 가 계시면 안 될까요?”

“네가 힘들겠지? 그래야지!”

그날부터였다. 새벽 네 시, 부엌에서 들리는 소리. 앉은걸음으로 안방에서부터 거실을 지나 부엌의 쌀통을 붙잡고 씨름하는 소리였다. 얼마나 숨죽이고 조심하는 움직임인지 거실에서 잠을 자는 금순이와 남편은 전혀 몰랐다. 자는 사람들을 깨우지 않으려는 배려였을 터인데,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은 아닌지 착각할 정도로 기척이 없다가 갑자기 쌀통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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