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도에 나는 노환의 시어머니와 두 아이를 돌보며 살았다. 그 와중에 남편을 내조하며 정신없이 살아가는 특별한 것 없는 실수투성이 ‘가정주부’였다.
큰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려는데 가정환경 조사서에 부모의 학력을 적는 칸이 있었다. “고졸”이라고 적는데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내 아이들이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그렇게 써야 한다는 게 죽기보다 싫었다. 새로운 세기를 맞은 2000년은 무언가를 시작해도 좋을 해라는 사회적 붐이 있었다. 나도 더 늦기 전에 묵은 숙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방송대 국문과에 입학해 4년 만에 졸업했고, 20년 후에는 사이버대학교 문창과도 졸업했다.
병환의 시어머니와 예기치 않게 장애 진단을 받은 둘째를 제대로 보살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력이 없어 집에서 살림이나 하는 여자’로 보이고 싶지 않았다. 온라인으로 공부하고, 국가고시에 합격해 1급 사회복지사가 되었다. 보육교사, 특수교육지도사 등 돌봄 관련 자격증도 오랜 세월 동안 독학으로 취득했다. 나는 배워서 실천하는 ‘돌봄 전문가’였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