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희
오늘의 시 한 편 (31).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빈집 한채
박경희
내 안의 사랑은
빈집 한채를 끌어안고 산다
수돗가 세숫대야의 물을 받아먹고 살던
향나무 한분이 사랑채 기붕으로 쓰러진 건
그대가 떠나간 뒤부터다
튓마루에 옹이가 빠져나가고
그 안으로 동전과 단추가 사라진 집은
고양이의 울음소리로 조심스러워졌다
툇마루 옹이 빠진 구멍 속
거미의 눈으로 바라보는 내 안의 사랑은
언제 다시 돌아올지 모른다
먼 산으로 돌아앉은 그대
별을 세다가 새벽을 놓치고
쓰르라미 울고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먼 산으로 돌아앉은 그대
(집도 사람도 인연이 닿을 때가 있다. 생각지도 않게, 내 집이 되고, 내 뜻과 상관없이 내 생에 들어왔다가 나가는 사람도 있다. 부모는 든든한 나무와 같고, 집과 같다. 부모가 돌아가셔서 커다란 향나무도 쓰러지고, 세상도 저만치 등을 돌린 것만큼 외롭고 쓸쓸해졌다. ‘먼 산으로 돌아앉은 그대’를 가슴에 품고 별이나 세다가 잠을 놓쳐도 애면글면 세월은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