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우
오늘의 시 한 편 (47).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사랑의 뒷면
정현우
참외를 먹다 벌레 먹은
안쪽을 물었습니다.
이런 슬픔은 배우고 싶지 않습니다.
뒤돌아선 그 사람을 불러 세워
함께 뱉어내자고 말했는데
아직 남겨진 참외를 바라보다가
참회라는 말을 꿀꺽 삼키다가
내게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먼 사람의 뒷모습은
눈을 자꾸만 감게 하는지
나를 완벽히 도려내는지
사랑에도 뒷면이 있다면
뒷문을 열고 들어가 묻고 싶었습니다.
단맛이 났던 여름이 끝나고
익을수록 속이 빈 그것이
입가에서 끈적일 때
사랑이라 믿어도 되냐고
나는 참외 한입을
꽉 베어 물었습니다.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사랑에도 뒷면이 있다면
뒷문을 열고 들어가 묻고 싶었습니다.
(뒷면이라고 하면, 달의 뒷면이 떠오른다.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는 쪽이 달의 뒷면이라서 사람들은 달의 뒷면을 탐험할 계획이라고 한다. 사랑에도 뒷면이 있을까? 어떤 것을 사랑의 뒷면이라고 지칭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받을 것을 바라지 않고 주는 것이 사랑일는지, 아낌없이 주는 것이 사랑일는지 그의 반대가 사랑이 뒷면일 터다. 사랑을 얻기 위해서는 나의 헌신도 필요하겠다. 무조건적인 사랑은 없는 것 아닐까. 모성은 제외해야 할까? 사랑이 뒷면을 열고 무엇을 물을 수 있을까? 그저, 뒷면도 아름다운 것이면 좋겠다.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