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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곽재구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48).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그리움


곽재구

달빛

하얀 밤

두엄자리 곁

분꽃 피었다

오래전

당신이 똥 눈 자리

그 자리가 좋아서

나도 쭈그리고 앉아

똥 누었지

함께 눈

세월의 똥

그립고 아득하여라

때로는 별이 잠긴 호수가 되고

불칼이 되고

하얀 물고기가 되고

당신이

똥 누던 소리 속으로

분꽃처럼 우수수 별들 쏟아지고





* 마음을 붙잡은 문장


때로는 별이 잠긴 호수가 되고


(가장 본질적인 행위들을 함께 나눈 사이. 함께 하고 싶은 사이. ‘분꽃처럼 우수수 별들 쏟아지고’ 그런 마음이 들 만큼 막역한 사이. 정말 달빛 하얀 밤이다. 곽재구 시인의 신춘 문예 당선작 ‘사평역에서’를 외던 시절이 있었다.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첫 줄만 외워도 마음이 촉촉하게 젖었다. 딱히, 내가 그렇게 슬프게 사는 것도 아닌데 오롯한 슬픔이 전해왔고, 어김없이 어머니 생각이 났다. ‘한 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져 주었다’라는 말미까지 모두 공감이 크게 갔다. 호흡, 가락, 단어들의 연결로 슬프고도 따듯한 정서를 만날 수 있는 시. 곽재구 시인님의 특장점이 아닐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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