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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한 그루 탱자나무가 있는 집

문태준

by 민휴

오늘의 시 한 편 (66).


매일 시 한 편씩 올리다 보면, 금방 한 권의 책을 읽게 되겠지요?

첫 번째 책은 "이건 다만 사랑의 습관"(창비-2024)입니다.



새와 한그루 탱자나무가 있는 집

문태준



오래된 탱자나무가 내 앞에 있네


탱자나무에 수많은 가시가 솟아 있네

오늘은 작은 새가 탱자나무에 앉네


푸른 가시를 피해서 앉네

뾰족하게 돋친 가시 위로 하늘이 내려앉듯이


새는 내게 암송할 수 있는 노래를 들려주네

그 노래는 가시가 어디에 있느냐고 묻는 듯하네

새는 능인(能仁)이 아닌가

새와 가시가 솟은 탱자나무는 한덩어리가 아닌가

새는 아직도 노래를 끝내지 않고 옮겨 앉네


나는 새와 한그루 탱자나무가 있는 집에 사네




* 마음을 붙잡은 한 문장


뾰족하게 돋친 가시 위로 하늘이 내려앉듯이



(새는 왜 그 넓은 하늘을 두고 하필이면 가시가 많은 탱자나무에 내려앉을까. 그러면서도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 삶도 그런 것 같다. 평화로운 길을 두고도 하필이면, 가시밭길을 걸어서 가느라 가시를 피하느라 삶 자체가 고된 것은 아닐까. 그러면서 노래도 부를 수 있는 것이 인간의 능력일까. 작가는 한 줄씩 행을 남겨서 글쓰기를 했다. 새가 가시를 피해서 조심조심 탱자나무에 앉듯이, “뾰족하게 돋친 가시 위로 하늘이 내려앉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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