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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베리 첫 수확~

by 민휴


[25.5.25. 블루베리 첫 수확]



블루베리 수확을 돕겠다고 친척들이 모였다~ 지인분도 오셔서 바삐 가는 내 손을 도와주셨다. 지인들이 블루베리 열매를 따는 일을 엄청 걱정한다. 그렇지만, 일 년 내내 지금 같은 수확을 위해서 블루베리 나무를 키워 온 나로서는 수확하는 기쁨이 너무 커서 하나도 힘들지 않다는 것을 그들은 모른다. 크고 좋은 열매를 만들어 준 나무에게 고맙다는 인사도 건네고, 나무의 자식인 열매들을 데려가서 미안하다는 말도 건네며 나만의 애잔한 의식을 치르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이해할까 싶다.



첫발을 떼었으니, 순조로운 수확과 유통이 이뤄지면 좋겠다. 농사를 시작한 지 4년, 블루베리를 식재한 지 3년 째다. 올해 처음으로 본격적인 수확이라서, 수확식을 진행한 후, 수확을 시작했다. (수확식 선언, 농장주 인사, 큰누님 축복기도, 큰 형님 덕담, 조원발표, 수확이 주의 사항 공지, 수확식 폐회식 = 진행 민휴) 순식간에 생각한 아이디어로 진행한 수확식이지만, 박수와 웃음이 함께한 정말 재미있고 의미 깊은 감사한 시간이었다.



올해 85세인 옆지기의 큰누님이 하나라도 돕겠다며 수확 바구니를 들고 블루베리 하우스로 들어왔다. 서서 하는 작업이라 힘들 텐데도 블루베리를 직접 따보는 작업을 즐거워하셨다. 옆지기의 형수님도 블루베리 따기 정말 재미있다고 다음에도 꼭 불러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큰누님을 모시고 온 조카 부부는 아예 농원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즐거워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도 힘을 얻었다.



이야기만 들었지, 처음 방문한 농장에 보랏빛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으니, 엄청 놀라며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냐며 칭찬했다. 이렇게 큰 규모의 농원인 줄 몰랐다고 한다. 주변에 우리보다 더 많은 양의 블루베리를 키우는 농원들이 엄청 많은데, 처음 보시고 놀라는 것이다. 그분들이 보셨으면 웃으셨을 것 같다.



우리 농원은 블루베리를 직접 재배하면서 더 깊이 있게 공부하려는 견학팀들이 가끔 있다. 아직 본격적인 수확 전이라서 보여 드리기 부끄러운 상황인데도 커나가는 과정도 중요하다며 우리 농원 초창기부터 컨설팅을 해주셨던 농업기술센터 소장님께서 견학팀을 안내한다.



화분재배와 화분마다 파이프를 세워서 통로를 확보한 시설을 갖춘 하우스는 드물다고 한다. 수확을 마치고 나면 파이프 위쪽으로 보온커튼을 설치할 예정이다. 겨울 난방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게 되면, 내년에는 한 달가량 수확이 빨라질 수 있다. 주변에서 응원과 도움을 많이 주셔서 우리 농원이 좋은 모습으로 변화되어 가는 것에 자부심을 갖고 보다 더 세심하게 키워나가야겠다.



2월에 신청한 GAP(농산물우수관리) 인증 심사에 통과되어 5월 초에 인증 승인이 났다. 농원 주변 환경, 나뭇가지, 흙, 물, 작업환경, 교육 등을 통과해야 하는 과정이 모두 합격을 받았다. 스티커도 새로 제작했고, 택배발송할 포장재들도 모두 완비했다.







[25.5.27. 복숭아 적과 작업]



복숭아 열매솎기 작업이 늦어지고 있다. 빨리 작업한 농가는 벌써 봉지 싸기까지 마무리가 되었다. 우리 농원도 빨리 열매솎기를 마무리하고 봉지 싸기 작업까지 마쳐야 수확기까지 조금은 쉼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어제는 화순군 능주 농협 주최, 화순군 기관단체의 협력으로 일손 돕기로 복숭아 적과 작업을 도우러 오셨다.

간식과 점심까지 준비해 오셔서 너무도 감사했다. 손님들이 오신다는 말에 큰댁 형님이 단호박 식혜를 만들어 주셨고, 우리는 아이스크림을 준비했다.



어제 우리 농원으로 오신 농협 화순군 지부 직원분들은 수시로 농가 일손 돕기를 하시기 때문에 작업에 능숙해서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 옆지기가 근무할 때도 농가 일손 돕기를 간다고 하면, 무슨 일을 하나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의미 있는 일을 하는구나 알 수 있었다.






[25.5.28. 복숭아 적과 작업]



어제에 이어 오늘도 복숭아 열매솎기를 했다. 열매가 너무 많이 달려서 가지가 땅에 닿을 정도로 축 쳐져 있는 것들이 많았다. 주지에서 뻗어나간 측지를 부주지라고 한다. 부주지에 달린 열매들도 미련 없이 따내야 한다. 가지가 옆으로 쭉쭉 뻗어서 빈 공간을 채워하기 때문이다.



부직포를 깔아 놓은 수로 쪽에서는 두두둑 두두둑 복숭아 열매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마치, 복숭아들의 신음 같기도 했지만, 열매가 너무 많이 달려서 힘들었을 나무들이 숨 쉬는 소리라고 생각하면 내 손이 더 빨라졌다. 새순이 너무 많이 올라와서 복숭아 열매가 잘 보이지 않았다. 하나의 공정을 잘하지 못하면, 다른 공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단계별로 작업을 착실히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25.5.29. 적과 작업 삼일차]



노을이 나타나는 시간까지 복숭아 열매솎기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너무 많이 달려서 따내는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이상과로 붙어 있는 열매가 있다. 위치가 열매를 달아 놓아야 할 자리라서 하나를 따내면, 나머지도 함께 떨어져 버린다.



나중에 봉지를 싸거나, 복숭아가 커지면 무거워서 떨어지게 된다. 기초가 약한 것은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잊지 말자. 만사 불여튼튼(무슨 일이나 튼튼히 대비하여야 좋다.) 주 가지 가까운 쪽과 가지 끝, 윗부분, 미수정 된 것 등 따내야 할 것들을 따내고 열매가 될 것만 남겨야 봉지 싸기가 수월하다. 복숭아를 원만하게 수확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6월 10일 까지는 봉지 싸기를 마쳐야 한다.



사람의 형편에 일을 맞추는 게 아니라, 나무의 생태에 맞춰서 일을 해 내야 하는 것이 농부의 숙명인가 보다. 늘 근육통, 관절통에 시달리며 지금도, 잠이 부족해서 졸면서 글을 쓰고 있지만, 농원에 도착하면 기계적으로 나무들에게로 달려가는 것을 보면 나도 진짜 농부가 다 되었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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