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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역사를 만나다

정혜진 장편 역사동화 『의병장 유팽로』(이야기가열리는나무, 2025)를

by 민휴


호남 의병 최경회 장군의 전기를 써서 최경회 장군을 널리 알렸던 정혜진 작가가 또 한 명이 역사적 인물을 알리는 작업이 역사 동화로 탄생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위대한 역사적 인물을 어떻게 알리고 계승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는지 되짚어진다.”-화순군민신문에서 발췌


의병의 활동과 의미를 알리고자 노력하는 정혜진 작가의 숭고한 정신이 느껴진다. 사회적 문제와 관련된 기사들을 토대로 동화와 동시를 써서 어린이들에게도 접할 수 있도록 하는 정혜진 작가는 어린이도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과 동떨어진 존재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사회적 존재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그의 숭고한 작업인 역사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자.




1. 스승을 만나다

전남 곡성군 옥과에서 태어난 유팽로는 아버지의 주선으로 오수성 선생을 만나 과거 공부를 하면서 백성의 삶과 나라 걱정을 한다. 농사를 연구하고 실험해서 얻은 지식으로 『농가설』이라는 책을 썼다. 생원, 진사이에 동시에 합격한다.



2. 행운의 선물

고향으로 향하던 길에 양산인이라는 도인에게 ‘오려’라는 검정말과 1m가 넘는 긴 칼을 선물 받는다. 검정말 오려는 산적을 물리치기도 한다. 시험에 합격한 팽로는 고향 곡성 옥과에서 환영받는다. 팽로는 대과 준비를 하겠다고 말한다.



3. 귀신의 집

조카 옥빈이 찾아와 함께 무술 연습을 한다. 팽로는 검은말 오려에게 방울을 달아 준다. 방울 소리는 둘만의 신호였다. 그래서 팽로와 오려 둘이는 ‘방울이 투투’다. 오려는 주인의 말만 듣는 말이다. 귀신의 집에서 활쏘기 연습을 한다. 팽로는 한쪽 눈이 보이지 않았지만, 이를 극복하고자 더 열심히 훈련하고 단련시킨다.



4. 옥빈, 방울 귀신을 만나다

옥빈은 낮에 갔던 성산 계곡 귀신의 집으로 향한다. 귀신의 집은 왜적이 쳐들어올 것에 대비해 무기와 식량을 모으는 집이었다. 청년들을 모아 ‘비밀조직단’ 활동으로 왜적에 대비한다.



5. 하사 받은 어사화

팽로는 대과 시험 준비 9년 만에 진시에 합격한다. 1589년 4월 팽로는 처음으로 벼슬길에 오른다. 호당(나라의 인재를 길러내는 독서연구기관)에 근무하게 된다. ‘호당’은 젊은 문관 가운데 뛰어난 사람을 뽑아 국가의 중요한 인재를 길러내기 위하여 성종 22년에 시행한 벼슬자리였다.



6. 신하의 눈물

“조정 대신들은 백성들을 전혀 돌보지 않았다. 백성들의 한숨 소리를 무시하고 어려운 사정을 내팽개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p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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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의 다툼과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하는 현실을 힘들어하던 팽로는 아버지의 병환을 핑계로 관직을 그만두고 아버지를 돌본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3년 동안 시묘살이를 마치고 다시 홍문관 박사에 오른다. 전쟁에 대비하자는 상소를 계속 올리지만 무시당한다.



7. 폭도를 의병으로

임진왜란이 발발한다. 십만 대군이 700여 척의 군함을 끌고 부산포항에 상륙한다. 대비를 전혀 하지 않았던 탓에 패전의 소식이 조정 계속 올라온다. 전쟁 중에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당파싸움을 하는 조정과 임금에게 “방법을 기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팽로는 고향으로 내려가 왜적들과 싸우기로 결심한다.” 고향으로 돌아가던 중 순창 대동산에서 폭도 무리를 만난다.


“죽을힘을 다해 왜군과 맞서 싸웁시다. 나라가 있어야 백성도 있는 것 아니겠소? 목숨을 걸고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p95)



8. 조선 최초 의병장이 되다


"1592년 4월 20일 의병들은 팽로를 의병장으로 추대했다. 조선 최초 의병장이 탄생한 것이다.”(p98)


고향 곡성에 도착한 팽로는 군수로부터 군인 100명을 지원받는다. 의병들과 성산 계곡에서 훈련한다. 전남 각 지역 군수에게 의병 모집 벽보를 보낸다.

무지막지한 왜적들은 마을을 침략하여 짓밟아버리고 죽이는 만행을 저질렀고, 여자와 아이, 집에서 기르는 가축들은 손대지 않는 것이 특별한 조약이고 규칙인데 이마저도 어겼다.

5월 11일 왜적과 싸워 이긴다. 승승장구 북진하던 히데요시 군대는 막강한 의병에 의해 패하고 도망가고, 보급로도 끊긴다.



9. 승리를 가슴에 품고

팽로는 밀려드는 왜적을 물리치기 위해 남원으로 향한다. 사촌형 양대박의 도움으로 남원에서 의병을 모은다. 광주의 고경명 장군에게 「호남연합의병」 창단을 제안한다.


유팽로, 양대박, 고경명은 담양에서 만나 회의하고 “담양회맹군”을 조직한다. 담양 추성관에서 고경명이 의병대장으로 정해진다. 팽로는 의병 6천 명을 이끌고, 나라를 구하겠다는 각오로 도성으로 향한다.



10. 목숨을 건 금산성 전투

양대박 장군은 임실 전투에서 승리하지만, 그 후 목숨을 잃는다. 전주의 금산성이 공격당한다는 소식에 팽로는 출동한다.


“팽로의 작전은 대성공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선제공격에 왜적들은 당황하여 우왕좌왕 정신을 못 차렸다. 짧은 순간의 전투로 큰 피해를 본 적들은 분해서 길길이 뛰었다.”(p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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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8일에 위대한 의병들은 용기와 투지력으로 대승을 거둔다.

7월 9일 다시 금산성 전투가 시작되었다. 왜적은 지원군으로 조총부대가 도착한다.

의병들은 무차별 공격에 밀려 퇴각하게 된다. 종횡무진 전투의 현장마다 검정말 ‘오려’가 팽로의 지원군이 되었다.

적의 포위에 쌓인 고경명 장군을 구해내기 위해 적진으로 들어간 팽로는 고경명 장군을 향해 날아든 칼을 몸으로 막아 낸다.



11. 쓰러진 유팽로

유팽로는 서른아홉의 젊은 나이로 생을 마감한다.


“가슴을 조이며 팽로를 기다리고 있던 의병이 땅을 치며 통곡했다. 옆에 있던 의병도 피 묻은 옷으로 눈물을 훔쳤다.”(p143)


고경명과 안영 등 아까운 장수들도 금산성 싸움에서 순절한다. ‘오려’는 팽로의 머리를 고향 곡성까지 인도한다. ‘오려’는 팽로의 조카인 옥빈이 아무리 타이르고 얼러도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12. 날아오른 방울이 투투


“오려는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마구간에 들어간 뒤부터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p149)


오려가 죽은 뒤 팽로와 오려를 닮은 구름이 하늘로 올라간다. 마을 사람들은 오려의 충성심에 감복하여 고이 묻어 주고 방울도 함께 묻는다.


“조선 최초 의병장 유팽로와 검정말 오려를 우리는 잊지 않을 것이요.”(p151)




‘날아오른 방울이 투투’라는 부제가 달린 『의병장 유팽로』는 검정말 오려를 등장시켜 인간과의 우정과 충성심을 보여준다. 또한, 검정말의 활약상이 펼쳐지면서 언뜻 딱딱해질 수 있는 역사가 동화적 측면을 부각하는 역할을 한다.



의병은 역사의 굴곡마다 스스로 모여서 나라를 구하고 흩어졌다. 의병은 우리 시대의 촛불이고 등불이다.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민들의 의사를 전달하고 엄동설한에도 물러서지 않고 끝끝내 뜻을 이룬 국민들이 의병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정혜진 작가는 오늘의 이야기들을 또 착실하게 기록함으로써, 또 하나의 역사를 동화로 동시로 창작해 어린이들에게 현실을 배울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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