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리 장편동화 『4×4의 세계』(창비, 2025)를 읽고
조우리 작가는
2019년 『어쨌거나 스무 살은 되고 싶지 않아』로 비룡소 블루픽션상 수상으로 등단. 청소년 소설 『오, 사랑』, 『꿈에서 만나』, 『얼토당토않고 불가해한 슬픔에 관한 1831일의 보고서』, 『사과의 사생활』 등을 펴냄. 『4×4의 세계』로 제29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원고 공모 대상을 받음 – 작가 소개에서
1. 내가 사는 곳
주인공 이름은 제갈호. 가로라고 불린다. 가로는 병실에서 산다. 휠체어를 써야 하고, 침대에 누워 있다. 할아버지가 간호해 준다. 4인실 병실에 누워 천장의 정사각형 열여섯 개를 본다. 병실에서 보호자까지 8명이 산다.
2. 열여섯 개의 정사각형들에 대해
천장의 네모 칸을 보며 단어를 만든다. 퍼즐을 하며 온갖 상상을 한다. 하고 싶은 말을 다 해버리는 할아버지가 못마땅하지만, 할아버지를 좋아한다. 할아버지의 칭찬 열여섯 개를 완성하며 기뻐한다.
3. 꿈꾸는 도서관
병실에 미니 도서관이 생겼다. 만화부터 읽기 시작해 동화로 뻗어나가며 독서의 재미에 푹 빠져든다.
4. 강아지 그림과 강아지 독자
책 말미에서 강아지 그림을 발견한다. 주인공도 자기만의 표시를 해 둔다. 포스트잇에 메모가 적혀 있다. 한 줄 편지를 쓴다. 그 친구는 누구일까?
“무료하고 지루하기만 했던 병원이 거대한 미스터리 궁전처럼 느껴졌다.”(p38)
5. 가로와 세로
도서관 책에 강아지 그림을 그리는 친구는 새롬이다. 그래서 가로와 세로가 만나게 되었다. 집에 가고 싶은 마음도 누르고 쪽지를 주고받는 즐거움에 설렌다.
6. 빙고를 외치지 않는 빙고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가보고 싶은 장소 등을 적어나가며 끊임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 나오는 대답이기에 자신을 깊게 들여다보고 탐색하게 된다.
“세로와 빙고 칸을 채우면서 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다.”(p61)
7. 엄마 개구리
차로 다섯 시간 걸리는 거리인 사천시에서 가족들이 오는 날이다. 한 달에 한 번 가로를 만나러 온다. 엄마, 아빠, 동생과 즐거운 한때를 보낸다. 꿈에 메트로 폴리탄 미술관에 간 가로는 걷고 뛰고 마음껏 돌아다닌다. 꿈에서 깨어 엄마를 안고 한참 울어 버린다.
“요새는 많은 말들을 자꾸 삼키고 또 삼킨다.”(p76)
8. 눈알 달린 노란 모자
비 온 다음 날 정원에서 흙무더기를 옮기며 노는 아이를 발견한다. 눈알 달린 노란 모자는 세로가 좋아하는 것이다.
“살아가는 거야. 다시 살아가는 것. 너는 그걸 해내는 중이야.”(p87)
재활의 핵심을 말하는 재활치료 선생님의 말을 들으며 마음이 울렁거린다.
9. 지렁이 무덤 만들기
가로와 세로가 만나기로 한다. 할아버지 덕분에 가로에게 여자 친구가 생긴 걸 병원 사람들 모두 알게 된다. 비가 온 다음 날 정원에서 만나 죽은 지렁이들에게 흙무덤을 만들어 준다. 얼음땡도 하고 술래잡기도 하며 노는 동안 근육도 튼튼해진다.
10. 할아버지의 편이 아니고 정의의 편
새로 온 아이와 간병 이모가 병실에 온다. 간병 이모는 아이한테 투덜대고 함부로 대한다. 할아버지가 참다 참다 간병 이모를 나무라고 심하게 싸우게 된다. 가로는 할아버지의 역성을 드느라 용기 내서 큰소리하게 된다. 세로가 보고 싶어서 쪽지를 남기지만 시간이 지나도 세로는 나타나지 않는다.
11. 세로의 소원
가로는 세로의 생일에 세로가 먹고 싶어 하는 아이스크림을 사 준다. 세로는 중학생 교복을 입게 해 달라고 생일 소원을 빈다. 가로는 세로의 소원을 들어달라고 빈다.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것이 이토록 즐거운 일일 줄 몰랐다. 밤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p123)
12. 우리의 세계
세로에게는 연락이 없고, 가로는 퇴원을 앞두고 있다. 가정에서 학교에 다니며 치료를 받기로 한다. 세로를 대신해 세로의 엄마가 쓴 편지를 본다. 휠체어 탄다고 절대 주눅 들지 말라는 세로의 편지. 가로는 웃음이 나오려다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가로와 세로가 만든 세계 안에서 잘 살아갈 것이고, 언젠가 다시 만날 것을 믿는다. 가로는 언제나 세로랑 세트니까, 바다와 육지가 세트인 것처럼, 슬픔과 기쁨이 세트인 것처럼.
병원이 동화의 배경이다. 학교도 아니고, 집도 아닌 공간 설정에 놀라웠다. 병실 천장의 열여섯 개 패널에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것, 가고 싶은 곳들을 채워 나가는 쓸쓸하고 안타까운 풍경들 속에서 울며 웃으며, 가로와 세로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심심하고 외롭던 친구들이 책을 통해서 친구를 만들며 희망을 얻는 모습이 좋았다. 말 많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정이 가득한 할아버지. 경제적, 환경적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랑이 가득한 가족들이다. 힘들어도 표현하지 않고 친구와 더불어 성장해 나가는 가로와 세로의 매력에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탁월한 설정과 구성, 좋은 문장들, 너무 뛰어나서 멋진 표현들이 많아서 좋았다. 읽을 책들이 너무 많았지만, 연거푸 두 번이나 읽고 말았다. 밑줄 그었던 많은 문장들 중, 결말 문장이 압권이다. 가로의 표현대로 말하자면 ‘반함의 한계를 초과'해 버렸다.
작가가 구축한 세계가 이토록이나 마음에 들기는 처음이다. 아픈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 병원이라는 절망적인 공간에서도 웃음을 놓치지 않는 순간들, 끝내 무언가를 향한 그리움과 성장해 나가는 방향성이 너무도 매력적인 동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