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베리 하우스 보온커튼]
설치 작업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다. 내년에는 조금 일찍 수확이 가능하도록 준비해 가는 과정이다. 초겨울 날씨가 살짝 비추는 날들이다. 블루베리 나무들도 추워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해서 보온커튼이 빨리 마무리되면 좋겠다.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 보면 커튼의 천이 천장에 올려 있어서 적당히 어둡고, 적당히 따뜻해져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아가들처럼 조용히 침잠해 있는 나무들이 보인다. 갑자기 어두워진 상황을 나무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다.
비닐하우스에 보온커튼을 설치했을 때, 맹점이 습기관리라고 한다. 바람을 일으켜서 순환할 수 있도록 하는 유동팬을 설치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을 들었다. 설치비가 너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우리는 환기를 자주 시켜 주는 방법을 선택했다. 내년에 수확을 잘한다는 예측을 해보며 다음 해에나 유동팬을 설치하기로 했다.
[블루베리 하우스 견학]
제주도에서 견학을 오셨다. 우리보다 더 큰 규모로 블루베리 농사를 짓고 계시는 분들이셨다. 우리가 모르는 것들을 알려 주시기도 했다. 3~4일 간격으로 물을 주고 있었는데, 흙에 수분이 너무 많다고 당분간 물을 주지 않아도 되겠다고 알려 주셨다.
보통, 블루베리 나무가 시들해지면 물이 부족한 줄 알고 물을 더 많이 주는데, 물이 부족한 경우가 아니라 물이 너무 많아서 그런 현상(습해피해)이 나오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나무만 보지 말고 흙의 상태를 잘 살펴야 된다고 한다. 손으로 흙을 파서 만져보는 방법이 최상이라고 한다.
설명을 듣다가 설명을 하다가 자유토론 시간 같았다.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닌 나무들이다. 내년 초가 되면 다 자란 성목이 될 것 같다. 올해 열심히 잘 키워봐야겠다. 내년도 수확은 올해 보다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기술센터 소장님의 예측도 들었다.
[지니 이야기]
큰 하우스에서 작은 하우스로 가는 길목에 매실과 대추나무가 양쪽으로 도열해 있는데 그 아래 풀이 엄청 자라 있었다. 수시로 뽑아 주었기 때문에 새순이 올라온 연둣빛 카페가 나무 주변의 땅을 점령해 들어오고 있다.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제주도 방언 서리)이다. 처서가 지나면 풀이 자라지 않는다고 하는데, 두 절기를 지났는데도 풀이 올라오는 것은 날씨가 그만큼 따뜻한 모양이다. 사흘을 혼자서 뽑아냈다. 옆지기는 누가 보든 말든 뭐가 중요하냐, 내 몸이 중요한데 내 몸을 갈아서 종일 풀을 뽑고 있느냐고 타박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손님이 온다는데 마당을 지저분한 채로 놓아둘 수는 없다.
어렸을 때도 그랬다. 누군가 온다고 하면 마당부터 쓸었다. 누군가 온다는 예정이 없어도 마당이 지저분하면 온 집의 인상이 그렇게 보일 것 같아서 마당 쓰는 일은 어른들이 시키지 않아도 잘했었던 기억이 난다.
내 몸보다 킨 대빗자루를 겨드랑이에 끼고 마당을 쓸어 놓으면, 반달처럼 휘어진 빗금이 예쁘기까지 했다.
그런 심정으로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풀을 뽑았더니, 낮 동안 지니를 묶어 두는 평상에 은행나무 그늘이 크게 생겨서 지니가 추울 것 같다고 풀을 뽑아 놓은 그 공간에 지니가 놀 수 있도록 길게 묶어 주겠다고 한다.
내가 풀을 뽑지 않았으면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텐데, 깨끗해진 공간에 철봉 지주를 세우고, 지니부터 옮겨 놓는다. 현재 지니가 밤에 잠자는 공간인 비닐하우스에 블루베리를 넣을 계획이라서 지니 집을 지어 주는 것이 급선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있다.
어렸을 때 기르던 혜리 생각이 난다. 저녁 식사 후, 설거지를 마치고 깜깜한 밤하늘을 올려다볼 때면, 어느새 다가와서 내 손등을 핥던 혜리. 그 시절에는 개를 묶어서 키우던 시절이 아니었다. 지니도 풀어서 키울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지니야!"
한쪽에서 부르면 꼬리를 흔들며 달려오는 지니가 너무 예쁘다. 우리는 이렇게 지니를 묶어서 키우며, 아침마다 끈을 묶어서 운동을 시켜 주는데 옆집에서는 풀어서 키운다. 덩치가 지니보다 훨씬 큰 늙은 암캐가 지니 곁을 맴맴 돈다. 리트리버인데, 덩치가 하도 커서 둘째도 나도 무서워서 가까이 가지 못한다. 우리 땅에는 지니가 경계표시를 해 놓아서 그런지 순한데, 자기 영역으로 우리가 가면 으르렁거리며 더 무서워진다.
"지니야! 너는 청년 제임스 딘이야, 관심 갖지 마!"
자꾸 알려 줘도 지니는 여자 친구가 더 좋은지 그 개가 나타나면 공격하지 않겠다는 뜻인지 털썩 주저앉아서 꼬리를 흔들고 있다. 지니가 사춘기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