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파밭 만들기 대작전]
무언가를 완성한다는 것은 언제나 시간과 노력이라는 중요한 것들을 투자해야 한다. 무얼 심기에는 너무 작은 공간이고, 그냥 놓아두기에는 또 아까운 자투리 공간이 있다. 그냥 두면, 풀이 무성해졌고, 울타리 쪽에서 자란 풀들이 블루베리 하우스를 타고 올라가 하우스 측면 고정 띠를 감싸고돌며 자랐다. 풀의 번식력은 가히 칭찬할 만했지만, 풀씨는 하우스 화분에도 날아왔고, 풀뿌리는 하우스 바닥을 뚫고 올라오기도 해서 골칫거리였다.
풀밭을 깨끗하게 만들면, 풀에게 점령당한 밭을 찾은 것처럼 뿌듯해지는 땅을 향한 나의 욕심은 내 몸에 쉴틈을 주지 않는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아프면서도 풀을 뽑고, 돌을 치우고 그렇게 쉴 줄 모르는 기계처럼 움직인다.
어릴 적에 엄마는 온갖 곳에 무언가를 심었다. 논두렁엔 당연히 콩이 심겼고, 밭고랑에도 작물들 사이에 다른 작물을 심는 것이었다. 호미 하나면, 어디건 밭이 되는 것이 신기했다. 내가 그런 엄마를 닮았는지, 농장에만 가면, 어디를 또 밭으로 만들어볼까 궁리한다. 농번기가 아닌 시간에 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린다. 한 평이라도 쓰임이 있는 땅으로 만들려고 하는 나의 행보는 펄벅의 [대지]가 생각나는 부분이다.
내게 양파는 양념이나 음식 부재료의 지존이다. 볶음이나, 무침, 국, 조림 등 양파는 우리 집 주방에서 없어서는 안 될 무게감 큰 존재다. 모든 요리에 양파를 애용하는 것은 고혈압인 옆지기 덕분이기도 하다. 깨끗한 껍질을 구해서 한동안 물을 끓여 먹기도 했었다.
작년 가을에 너무 바빠서 양파를 심지 못했는데, 사촌 언니가 커다란 망을 가득 주셔서 맛있게 먹었다. 그전 두 해에는 비닐하우스 안에다 양파를 심었는데, 이젠 그 하우스에 블루베리를 넣기로 해서 바깥에 심었다.
안쪽 블루베리 비닐하우스와 울타리 사이에 풀이 무성했다. 바쁜 철에는 묵정밭으로 변하는 이곳이 내 마음까지 어지럽혔다. 몇 해 농사를 지어보니 알게 되었다. 풀 관리를 봄에 하는 것보다 가을에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걸. 가을 풀들이 씨를 맺기 전에 뿌리까지 캐내야 한다는 걸.
호미를 들고 며칠을 매달렸다. 걸어 다녀야 하는 곳과 물이 빠져나갈 곳에 제초 매트를 덮고, 돌로 둘레의 경계를 만들었다. 한동안 밭 주변에서 '돌을 캐는 여자'가 되었다. 버려진 땅을 밭으로 만든 후, 최 회장님(친정 엄마)께 사진을 보내 드리고 전화를 했다.
"여기에 지금 심을 만한 것이 있을까요?"
"양파를 심어야지. 서둘러라 끝물이다."
이렇게 우리는 또 막차를 타듯 얼마 남지 않은 양파 모종을 구해서 심었다.
재작년에 사용하고 남은 양파 전용 비닐을 씌웠다. 꼼지락꼼지락 더딘 행보가 걱정되었는지 옆지기가 리어카에 큰 돌들을 실어 왔다. 둘레가 더 튼튼해졌다. 아 참! 거름을 뿌리고 땅을 파서 부드럽게 만들어 준 옆지기의 노고도 치하해야겠다.
양파가 생각보다 많이 들어갔다. 모종용 한 판과 시장에서 산 다발 하나를 심고도 부족해서 조금 더 구해야 할 형편이다. 너무 오래 걸린 작업이었다. 블루베리 하우스 바닥 쪽을 정리하고 제초 매트를 씌운 후에 텃밭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완성한 후의 뿌듯함이 더 했다.
이렇게 가느다란 모종에서 통통한 양파를 길러낼 수 있다니 정말 대견할 뿐이다. 다음 능주장날에 덜 심은 곳에 심을 모종을 구해서 심었다. 완전 마지막 양파 모종이었다.
[블루베리 하우스 소식]
블루베리 하우스 보온커튼 완성했다. 추운 날씨에는 블루베리 나무들이 인큐베이터에 들어간 것처럼 온도조절을 할 수 있다.
이제야, 블루베리 하우스의 월동 준비를 마친 거라서, 내 마음까지 포근해졌다.
어릴 적에 엄마는 하얗게 삶은 이불 홑청을 다듬이 방망이로 두드리고, 숯 다리미로 다렸다. 엄마의 다듬이 소리는 딱, 듣기 좋은 가락이 있어서 선잠이 들 때면, 아련히 멀어졌다 가까워지는 반복됨이 참, 듣기 좋았다. 그러면서도 '우리 엄마, 어깨 아프겠다' 그런 걱정스러운 생각이 들었다. 숯 다리미로 홑청을 다릴 때는 엄마와 반대편에서 이불 끝을 당기는 역할을 했다. 시뻘건 숯이 검게 꺼져가면, 새 숯을 바꿔가며 다렸다. 온 방에 이불을 반듯하게 펼치고, 긴 바늘로 이불 홑청을 꿰맬 때는 사뭇 엄숙했다. 엄마의 검지 손가락에 낀 골무도 신기했었다. 엄마를 닮았는지 나는 바느질을 좋아하고, 썩 잘한다. 바느질을 할 때면, 그 시절의 엄마처럼 검지 손가락 끝에 골무를 끼워 본다.
블루베리 하우스 한쪽에 모여 있는 보온 커튼을 보면, 장롱마다 켜켜이 쌓여 있는 잘 손질된 이불을 보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보온커튼 설치는 올해 마쳐야 할 작업이었다. 열매가 있어서, 날씨가 무더워서, 더 급한 농장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날짜가 미뤄졌었는데 마무리되었다. 측면은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시스템이고, 천장 쪽은 연동 하우스 기둥마다 커튼을 중앙에 모아 두었다가 필요시에 양옆으로 펼치면 된다.
보온 커튼을 설치하면, ㅌ습도 조절을 위해서 공기 순환 장치인 유동팬 설치를 해야 하는데, 올해 큰 사업을 세 개나 하느라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유동팬은 내년에 설치하기로 했다. 올해는 수동으로 환기를 잘 시켜야 할 것 같다.
블루베리 나무들도 우리의 정성에 답하듯 통통한 꽃눈과 잎눈을 열심히 만들고 있어서 너무도 고맙고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