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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만들기 대작전

by 민휴


농번기에도 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숙제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농사를 시작하기 전부터 내부가 완성되어 있는 농막을 사다 놓자고 수차례 말해도 들어주지 않았던 옆지기를 농막이 없어서 불편을 겪을 때마다 하도나 많이 원망했었다. 몇 년 동안 매일 집에 왔다 갔다 하는 기름값이면 농막을 사고도 남았겠다는 호기로운 예언도 서슴지 않았다.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인 걸 쉼터를 만들면서 알게 되었다. 옆지기가 그랬다. 허리 협착 때문에 힘들어 진통제를 달고 살면서도 쉼터 만들기에 열심이다. 집에서도 유튜브를 찾아가며 다음 공정을 미리 알아보고, 실력 있는 선수들에게 배우려는 자세가 좋아 보였다. 한 공정 한 공정 완성돼 가는 모습이 뿌듯함을 준다. 한 달 동안의 작업은 이랬다.






["빛나는 집"이 "분홍 집"이 되었다.]



2월 말에 손을 놓아 버렸던 쉼터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10월 말경에 시작해서 은박지로 "빛나는 집"이 분홍색 스티로폼을 메꿔 넣었더니 "분홍 집"이 되었다.






목각 부분을 빼고 스티로폼을 재단해서 목재와 목재 사이를 메꾸는 작업이라서 시간이 걸렸다. 그나마 가벼운 소재이고, 테트리스처럼 공간을 채우는 일이라 재미있었다. 전구 콘센트를 고정하느라 이틀이 걸렸다. 스티로폼도 콘센트 위치에 따라 재단이 달라졌다.



천장과 벽체에 합판을 붙이는 일도 마무리되었다. 벽체의 합판은 천장보다 훨씬 두꺼워서 두 사람이 맞잡아 이동해 가며 높이에 맞춰 재단하고 끼워 맞추었다. 재단에 따라서 잘 끼워지지 않으면 판자를 대고 망치로 때려서 넣는데, 울림이 커서 끼워 놓았던 것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스티로폼을 다시 끼워야 하는 등 보기만큼 쉽지는 않았고 폭과 길이에 맞게 재단하며 작업했다.




["분홍 집"이 "합판 집"으로 바뀌었다.]





분홍 스티로폼 위에 합판을 붙이는 작업을 했다. 천장, 벽체 순으로~ 스티로폼과 합판을 고정하는 각목에 합판을 연결하고, 타카 핀으로 고정하고, 재단하고, 자르고, 고정하고~~ 반복에 반복을 거듭하며 합판 집이 완성되는 순간, "야호!"하고 저절로 탄성이 나왔다.



스티로폼과 달리 합판은 무겁고 단단한 재질이라서 테이블쏘(자르는 기계)를 이용하는데, 기계 앞에서는 더없이 겸손하게 몸과 마음을 긴장하며 낮춰야 한다. 윙~~ 기계 돌아가는 소리가 조심하라는 경고음이다. 알게 모르게 손과 무릎 등에 멍이 생겼고, 나무 비접에 찔려 상처가 생기기도 했다.






[화장실과 거실 분리벽을 완성했다.]



치수를 재서, 조립해 보고, 바닥에 눕혀서 프레임 조립을 완성한 후에 세워서 벽체에 고정했다. 안쪽에 합판을 붙이고,




스티로폼을 세 겹 채워 넣었다. 스티로폼 위에 합판으로 마무리해서 화장실과 쉼터 공간이 분리되었다. 오른쪽 도르래 문짝 설치는 뒤로 미뤄졌다.








[싱크대 상부장 올릴 곳 완성!!!]



상부장 고정할 부분이 합판만으로는 무거운 상부장을 지탱하려면 힘이 약하기 때문에 받침대를 덧대었다. 석고보드 뒷면에 본드를 바르고 싱크대 넣을 벽에 붙이고, 고정했다.



콘센트 부분을 칼로 오려내고~~ 싱크대가 들어갈 공간을 석고보드로 모두 채웠다. 싱크대 상부장을 고정할 걸림판을 긴 나무막대로 다시 한번 고정했다. 싱크대 위 천장도 석고보드를 붙여서 바로 싱크대를 걸 수 있도록 마무리했다.







[싱크대 상부장 걸기]


싱크대 상부장을 올렸다. 오른쪽 첫 칸에는 전기배전반(두꺼비집)을 넣었다. 싱크대 뒷면을 걸림판의 길이와 맞게 잘라내고 싱크대를 올린 후, 안쪽에서도 목으로 고정하니 단단하게 되었다. 옆 싱크대와도 고정했기 때문에 안심하고 그릇들을 정리해도 될 것 같다.





싱크대가 무거워서 큰 아들이 오는 날에 맞춰 작업을 했다. 모든 공정을 먼저 맞춰보고 고정하는 옆지기 덕분에 싱크대를 올렸다 내렸다 했다. 싱크대 상부장 올리는 작업이랑, 천장에 석고보드 붙이는 어려운 일을 함께 해주었다. 싱크대 상부장을 볼 때마다 큰 아들 생각이 날 것 같다.



하부장은 아직 마루가 완성되지 않아서 넣지 못했다. 현재 합판까지 공정을 마쳤기 때문에, 반사필름 한 장을 더 깔고, 장판을 깔면 좋겠다고 한다.


농번기가 지나고 10월 말부터 시작한 공정이 분홍 스티로폼을 키우는 일부터 시작해서 싱크대 상부장 올리는 일까지 쉼터 만들기에 매달렸던 한 달이었다.






다음 공정은 나머지 천장과 벽에 석고보드를 붙이고, 전체 벽면을 사포질 하고 페인트를 칠해야 한다. 방바닥 마무리 작업이 남았다, 전기장판을 사용하자고 한다. 냉난방기가 준비되어 있어서 공기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고 한다. 강추위에 블루베리 하우스에 보일러를 돌려야 해서 쉼터에서 자면서 살펴야 한다. 쉼터의 공정을 재촉해야겠다.



옆지기는 퇴직 후에 4개월 코스, 목조건축학교를 졸업했다. 한 공정을 마무리할 때마다 뿌듯해하는 모습이 보인다. 스스로를 "김목수"라고 불러 달라며 하루도 쉼 없이 일하느라 경황이 없다. 손수 쉼터를 만드는 실력으로 집까지 집겠다고 한다. 몇 년에 걸쳐서라도 직접 집을 짓겠다는 김목수를 어떻게 말려야 하나. 실은 나도 쉼터를 만드는 것도 참 재미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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