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권 장편 동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단비어린이, 2023)를
이상권 작가는 산과 강이 있는 마을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 본 수많은 동물과 풀꽃 이야기를 동화로 쓰고 있다. 《호랑이의 끝없는 이야기》, 《하늘로 날아간 비오리》, 《29센티미터》, 《너 딱 걸렸어!》, 《똥이 어디로 갔을까》 등이 있다. - 작가 소개에서 발췌
[치와와 구슬이는 지후네로 오게 된다. 지후네 집 안에서 무언가 발견된다. 지후네 집안으로 들어온 족제비를 잡겠다고 소동이 벌어진다. 윗집 수빈이가 삽살개 초롱이를 데려왔다. 족제비 잡기가 어려울 거라며 층층나무 숲이 밭으로 바뀌었고, 지후네한테 집을 판 백 교수가 컨테이너에서 족제비 새끼 세 마리를 키웠다고 한다. 그 후로 족제비의 복수가 시작되었다.
119 대원들이 어렵사리 족제비를 잡아서 데려갔다. 20km 떨어진 소방서 뒷산에 풀어주었다.
백 교수가 키우던 족제비 한 마리가 죽었고, 죽은 족제비를 박제해 놓았다. 두 마리는 각각 분양했다. 족제비가 떠나간 후 밤마다 마당에서 파란 불빛이 보인다. 족제비는 지후에게 아이를 찾고 싶다고 한다. 구슬이에게도 인간들에게 자신의 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한다. 박제된 도깨비가 지금 지후네를 찾아오는 족제비의 아이였다.
족제비는 아기의 가죽이라도 찾고 싶어서 새로 이사 온 지후네 집을 찾아왔었고, 사람들에게 애원했지만, 쫓아내려고만 했다. 구슬이와 지후는 족제비의 슬픈 마음을 알고 막대기로 겨우 꺼내서 족제비를 만났던 대추나무에 걸어 둔다. 떠난 줄 알았던 족제비가 아기 가죽을 가져갔을까? 다음 날 아침 아기 가죽이 보이지 않는다.]
지후는 한밤중에 무섬증을 억누르고, 족제비로 짐작되는 물체를 향해 용기 내서 다가간다. 벌써,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마음이 선 것이다. 족제비가 자꾸만 지후를 찾아오는 이유를 듣겠다고 결심했으니 말이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두려우면서도 느릴 수밖에 없었지. 전혀 낯선 상대에게, 그것도 한밤중에, 이렇게 가까이 다가간 적은 없었어. (p44~45.)
아이만이 삶의 빛이고 희망적인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는 지점이다. 생활 속에 묶여 살아가는 어른들은 생명을 향한 순수성이 무뎌졌을 수도 있다. 다른 존재를 향해 마음을 열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 지후에게 고맙다. 사건 전개도 빠르고 흥미로워 책을 끝까지 읽게 하는 힘이 있는 재미있고 감동 있는 동화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