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드 쥘리앵 장편소설 『완벽한 아이』(복복서가, 2020)를 읽고
부모라는 이름으로 아이에게 행할 수 있는 폭력의 방법과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가족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폭력 서사 중 가장 끔찍한 책이라는 말은 “윤고은의 EBS 북카페” 월요일 코너 장인 염승숙 소설가의 소개로 들었다. 워낙, 밀도 깊은 책 소개로 유명한 그인지라 내용이 궁금해서 읽게 되었다.
모드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라는 것이 놀라웠고, 그 내용은 너무도 충격적이라서 책을 읽어 나갈 때, 마음이 많이 힘들었고, 많이 아팠다. 나도 아이였던 시절이 있었고, 아이를 키웠던 적도 있었고, 지금도 자식과 부모의 입장을 갖고 있지만, 정말 너무 끔찍한 내용이다.
모드의 아버지는 완벽한 아이를 교육해서 초인으로 만들어 위험에 처한 세상을 구하겠다는 망상을 가진 사람이다. 나치 수용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그의 목표다. 자기보다 가난한 집안의 여자와 결혼하여 그를 대학 교육까지 마치게 한다. 마침내 딸을 낳는다. 모드가 세 살 때 시골집으로 이사해서 15년 동안 감금하여 집 안에서 완벽한 통제 아래 교육이라는 명목의 훈련을 행한다.
모든 어려움은 정신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기지 못하는 것이라는 교육, 종류가 많기도 했지만, 정말 역겨웠던 것은 60에 가까운 아버지의 소변 요강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 나무에 못을 한 번 박아 놓고 손바닥으로 끝까지 박게 훈련하는 것, 쥐와 죽음을 이겨야 한다며 어두운 지하실에서 밤을 새우게 한 것, 밤마다 집 마당 숲들을 걸어갔다 와야 하는 것, 질문하지 못하는 것, 지도에 반항하거나 엉뚱한 질문을 했을 때 며칠씩 아무도 모드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것, 정신이 몸에서 빠져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고 다시 들어오는 훈련, 그중에서도 가장 지독하고 외롭고 아픈 것은 아버지로부터 혹독한 훈련을 강요받으면서도 어머니에게조차 따뜻한 관심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것이었다.
어머니 또한 아버지로부터 독립적이지 못하고, 사육당하는 처지라서 심리적으로 성장하지 못했고, 모드 때문에 어머니 스스로 힘들게 살고 있다고 생각해서인지 모드에게 칭찬과 격려보다는 냉대로 일관하는 태도가 독자의 마음까지 얼어붙게 했다.
모드는 자유와 삶을 향한 열정이 특별한 아이였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교육, 노동, 운동 등 빡빡한 짜임의 생활을 정신력으로 버텨냈다. 자기가 그 일을 하지 못하면, 아버지가 힘들까 봐, 어머니가 아버지한테 혼날까 봐 온 힘을 다 쏟아 그 일들을 해 낸다. 며칠에 한 번씩 일을 돌봐주러 오는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면서도 부모한테 말하면 부모를 죽여버리겠다는 말에 그 추악한 고통을 참아 넘긴다.
인생은 참 아이러니하다. 세상의 위험으로부터 자기 딸을 보호하겠다고 문밖으로 한 발짝도 못 나가게 통제하는데, 세상 모든 것을 알 수 있고, 다른 사람의 마음까지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위대한 아버지는 그 남자의 못된 짓이 행해지고 있는 줄은 꿈에도 모른다.
세상 누구와도 소통할 수 없는 모드의 괴로움은 끝내는 자기 자신을 다치게 하는 자학의 수준에까지 이른다. 그래도 모드는 그런 고통은 괜찮다고 말한다.
“원할 때 스스로 멈출 수 있는” 고통이기에 자유를 향한 길에 놓였다. (p342)
마지막 부분에서 아버지를 향해 소리 지르고, 며칠씩 단식투쟁을 벌이면서도 아버지의 눈빛에서 만족스러운 표정을 읽고 모드는 절망한다. 아버지의 훈련이 길들여졌다는 것, 아버지의 뜻대로 자라났다는 것에 대해서.
모드를 살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동물들과의 교감, 문학과 음악이었다. 동물들을 보살피는 일과 아버지가 지도용으로 읽게 하는 책들 속에서 만나는 주인공들과의 교감은 상상 속에서나마 지옥 같은 감옥을 탈출하여 모드를 살게 했다. 아홉 살 때, 니체의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재미있게 읽을 정도의 독서력, 피아노, 첼로, 바이올린, 아코디언, 콘트라베이스 등 온갖 악기를 다룰 수 있는 능력들을 키워가며 삶의 의지를 다진다.
“그런다고 벗어날 것 같으냐, 네가 아무리 거부해도 난 절대 널 떠나지 않을 거고, 너도 날 떠날 수 없다. 네 정신은 네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 손안에 있다.”(p296) - 아버지가 말년에 했던 말.
“나는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상상의 대화 상대를 만들었고, 비밀 창고를 팠고, 금지된 이야기들을 글로 썼고, 나 스스로의 생각을 지닐 권리를 확인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p323) 에필로그에서
“그저 한 번의 미소가 누군가의 삶을 바꿀 수 있음을, 공격적인 말 혹은 눈길이 한 사람의 세상을 어둡게 할 수 있음을 모두 알게 되기를.”(p325) - 감사의 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에밀은 사고뭉치』도 그랬다. 에밀은 온갖 말썽을 피우는 아이였다. 아버지와 친척들,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에밀을 그렇게 생각했지만, 책을 읽어보면 안다. 에밀에게는 그래야만 할 이유가 있었다. 어머니는 항상 에밀을 믿어주었고, 에밀의 말을 들어주었다. 이 책에서도 어머니의 따뜻함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어머니로서도 피해자의 입장이라서 안타까움이 있지만, 어머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 아니었을까.
세 살부터 단계적으로 행해지는 훈련들과 그것과 마주한 모드의 생각, 자세, 마음 등이 은유적인 표현으로 흡입력을 높여 준다. 조마조마하면서 끝까지 읽어내기 힘든 아픔이 있었지만, 지옥 같은 집에 모드를 혼자 둘 수는 없었다. 끝까지 책을 읽으면 응원해야 할 것 같았고, 모드가 그 집에서 탈출해 나오는 순간을 함께 기뻐해야 할 것 같았다. 모드가 실제로 겪었던 이야기이다.
자유를 찾고 “법대를 나와 법무사로 활동하다가 미국. 캐나다 등지에서 정신의학과 심리치료학을 전공해 1995년부터 심리적 통제와 정서적 지배를 전문으로 하는 심리치료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는 그를 만나러 가고 싶었다. 그냥 아무 말도 못 해도 따뜻하게 안아주고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모드가 집을 나오면서 몰래 가지고 나왔다는 도스토옙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가 우리 집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