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상에 숟가락, 아니 '마이크'만 챙기는 팀장님

칭찬 대신 '한 수 위'임을 증명하려는 비겁한 심리

by Motivator

"과장님 합류하고 난 후 팀원들하고 합이 정말 좋으신 것 같아요. 이번에 도움 아주 많이 받았습니다. 저희가 지금까지 시도해보지 못했던 영역이었는데 과장님 덕분에 성과도 너무 좋고요."


타 팀과의 미팅 자리 훈훈한 덕담이 오고 갔다. 새로운 시도였기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팀원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고생한 만큼 보람을 느끼며 모두가 하나가 되는 직장생활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상대 팀 팀장님이 우리 팀장님을 보며 웃으며 말했다.

"팀장님은 좋으시겠어요~ 이렇게 든든한 팀원들을 두셔서요."


보통의 리더란 이럴 때 "다 우리 팀원들이 고생해 준 덕분이죠"라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우리 팀장님의 입에서는 예상치 못한 찬물이 쏟아져 나왔다.

"아유, 뭘 그렇게까지... 사실 그동안 일이 너무 많고 바빠서 시도를 못한 거지 사람만 있었으면 저희도 진작 다 할 수 있었던 거예요."


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팀장님은 멈추지 않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될 말을 덧붙였다.

"그리고 중간에 이야기는 안 했지만 아쉬웠던 부분들도 많은걸요. 저희 쪽에서도 실수가 많았다고 생각합니다."

"실수라뇨? 실수라고 할 게 있었나요? 팀장님이 과정을 자세히 모르시는 거 아닐까요? 이번 두 팀 간 협업은 정말 완벽했습니다."


상대 팀 팀장마저 당황해서 되물었다. 그러자 팀장님은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제가 좀 더 신경을 썼어야 하는데... 개인적으로 완벽하게 하고 싶었던 제 욕심 때문에 아쉬운 점들이 보였나 봐요."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뿌듯하고 자신감 넘치던 우리 팀원들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버린 것은. 팀장님의 그 말 한마디는 '너희들의 성과는 별것 아니고 내 눈높이에는 아직 멀었다'는 무언의 압박이었다.


칭찬이 인색한 리더의 진짜 속마음

미팅이 끝난 후, 팀장님은 우리를 불러 앉혔다.

"김 과장도 고생 많았고 다들 수고했는데 내가 보기엔 아쉬운 점들이 많았어. 내가 중간에 잘 못 챙긴 것 같은데 다음부터는 내가 꼼꼼하게 살피고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네. 결과 보고서 나오는 대로 하나씩 다시 체크해 보자고."


팀원들은 자리로 돌아와 하나둘씩 불만을 터뜨렸다.

"아니, 본인이 하신 게 뭐가 있다고 저러시는 거예요?"

"칭찬 한마디가 그렇게 어렵나? 뭘 좀 아시고 하는 소리인지 모르겠어요."


도대체 왜 그럴까?

팀원들이 잘했다는 칭찬을 들으면 리더의 평판도 같이 올라가는 법인데 굳이 팀원들의 기를 죽이고 '아쉬운 점'을 찾아내는 심리는 무엇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불안하기 때문이다.

못난 리더는 팀원의 성과가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났다고 느낄 때 불안을 느낀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나는 너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보는 사람이야"

"나는 너희보다 한 수 위야"

라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칭찬 대신 지적을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으려 하는 것이다.


숟가락, 아니 마이크를 뺏다

그렇게 찜찜하게 마무리되나 싶었던 프로젝트가 뜻밖에도 대표이사님 귀에까지 들어갔다. 성과를 격려하기위한 식사 자리가 마련되었고, 대표이사님은 흡족해하며 말씀하셨다.


"나도 예전부터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프로젝트였는데, 결과를 보니 내 생각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놀랐답니다. 필요했던 프로젝트였고, 결과 역시 나도 받아 보았지만 나무랄 곳 없이 잘 정리가 되어있더군요."


그 순간, 며칠 전 우리에게 "아쉬운 점이 많다"며 혀를 차던 팀장님이 세상에서 가장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대표님. 저도 예전부터 이 프로젝트의 필요성에 깊이 공감하고 있었고, 더 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 싶어 이번에 주도적으로 한번 끌고 나가 보았습니다."


'주도적으로 끌고 나갔다'는 말에 우리 팀원들은 먹던 숟가락을 떨어뜨릴 뻔했다. 우리의 헌신과 노력은 순식간에 팀장님의 '주도적인 리더십'으로 포장되었다. 대표이사님은 기분 좋게 제안하셨다.

" 이번 성과를 전사 공유회 때 발표해서 다른 직원들에게도 인사이트를 주도록 하는 것 어떤가요?."


식사가 끝나자마자 팀장님은 우리를 불렀다. "들었죠? 이런 기회 흔치 않아. 김 과장이 주도했으니까 슬라이드랑 스크립트 완벽하게 써서 나한테 보내줘."

눈치 없는 막내가 물었다. "발표는... 팀장님이 하시게요?"

"그럼 내가 해야지 누가 하면 좋을까?"

우리는 깊은 한숨을 삼키며 대답했다. "네..."


그날 이후 나는 며칠 동안 팀장님 옆에 달라붙어 프로젝트의 A부터 Z까지 과외를 해야 했다.

본인이 그렇게 아쉽다고 지적했던 부분들은 온데간데없고 자료는 온통 본인의 자랑거리로 채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팀장님은 내가 써준 대본을 읽으며 전 직원의 박수를 받았다. 스포트라이트는 오롯이 그를 비추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훔치는 리더 vs 무대를 만들어주는 리더

팀원들이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만 얹는 것을 넘어 아예 마이크를 뺏어 드는 리더들을 종종 본다.

그들은 팀원들이 잘 마무리한 프로젝트에 굳이 흠을 잡는다. 그래야 자신이 더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인 순간에는 그 성과를 자신의 것으로 포장해 버린다.


하지만 그들이 모르는 것이 있다.

진짜 리더의 역할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이 아니라,
팀원들이 빛날 수 있도록 무대를 만들어주는 연출가라는 사실이다.


"내가 너보다 많이 알아"를 증명하기 위해 팀원의 기를 꺾는 리더 곁에는 결국 입을 닫고 시키는 일만 하는 '수동적인 인형'들만 남게 된다.

반면, 팀원의 작은 성취에도 "자네 덕분이야", "정말 대단한데?"라며 진심으로 반응해 주는 리더 곁에는

스스로 성장하며 더 큰 성과를 만들어내는 '진짜 인재'들이 모인다.



리더는 사람을 움직여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건 차가운 지적과 통제가 아니라 "너를 믿고 있다"는 신뢰와 "네가 해냈다"는 인정이라는 것을, 그때의 팀장님은 끝내 알지 못했다.

그 프로젝트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우리의 실수가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서 팀원들의 기를 꺾고 마이크를 독차지한 리더의 존재 바로 그것 하나뿐이었다.


이때의 경험으로 나는 리더의 자리에서
내가 나서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분명하게 구분 지을 수 있었다.


감사해요 팀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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