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문화개선을 위한 주제로 어느 컨설팅회사와 미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2명의 컨설턴트가 자리하였고, 명함을 주고받은 후 우리는 대화를 이어갔다.
" 네 전화상으로도 어느 정도 말씀은 드렸듯이 뵙고자 한 이유는 금번 저희 조직에 대해 면밀하게 진단해 보고"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말을 끊어내며 한 컨설턴트가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네네! 맞습니다. 요즘 기업들이 모두 조직문화에 대해 참 관심이 많죠 저희와 진행했던 기업도 대기업부터 시작해서 글로벌 기업등 규모가 큰 회사들이 많고요, 여기 보시면 저희는 이런 tool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답니다"
이후 질문 한번 없이 진단에 대한 설명과 프로젝트에 대한 일정들을 쉴 새 없이 쏟아내셨다.
시간이 어떻게 간 줄도 모른 채 미팅은 끝이 났고 당시 상사분과 나는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던 기억이 난다. 귀가 따가울 정도로 말을 너무 많이 하셔서 어떤 이야기를 하셨는지도 모르겠고, 가장 신기했던 점은 질문이 없으셨다는 점이었다.
"우리가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여러 가지를 들어보는 것이야 말로 컨설팅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미팅 후 회신이 없자 직접 대표님께서 연락을 주시고 뵙고 싶다고 연락을 주셨고, 연락을 주신 의도가 있다는 생각에 2차 미팅을 진행하게 되었다.
"연락이 없어 제가 직접 찾아왔습니다. 현재 고민하고 계시는 부분부터 말씀 주시면 유사한 사례들 소개도 해드리며 좋은 결과를 함께 만들어 내고 싶네요."
이번 미팅은 1차 미팅과는 정반대였다.
우리 쪽은 쉴 새 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대표님은 그저 듣기만 하시며 고개만 끄덕이셨다. 마지막으로 미팅의 내용을 정리해 주시면서 도움을 드릴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설명을 주셨고 이후 일정과 진행에 있어 비슷한 사례를 설명해 주시며 미팅을 마무리하셨다. 우리도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이후 계약을 하고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해 나갈 수 있었다.
앞서 이야기한 일화에서 누군가가 '아마추어'고 '프로'다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대방에게 전문가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의 차이는 존재한다. 지금까지 내가 만나온 다양한 사람들을 떠올려보면 '프로답다'라고 보였던 사람들은 비슷한 점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1. 프로는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내지만 아마추어는 상황을 읽어내려고만 한다.
지금의 상황에만 초점을 맞춰 문제를 해결해 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단 한 번의 미팅으로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성사된 미팅에서 무조건 결과를 내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도 모른 채 경험을 바탕으로 방법적인 이야기들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프로는 최종목적지를 그려놓고 단계를 하나씩 하나씩 설계를 해낼 수 있는 사람이다. 전체의 흐름을 읽어내고 단계를 줄여야 할지 아니면 더 늘려야 할지를 명확하게 하여 목표를 달성해 나간다.
단순히 마주하는 상황에서 내가 주도권을 잡고 어떻게든 작은 결과를 얻어내기 위해 무리하게 말하고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다음 단계'는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지금의 긴장보다는 큰 호흡으로 전체적인 흐름을 읽어내는 사람이야 말로 장기적인 관점으로 주도권을 얻어낼 수 있다.
2. 아마추어는 자신을 증명하는 데에만 집중하지만 프로는 일의 목적에만 집중한다
아마추어는 상대방에게 자신이 전문가라는 것을 알게 하여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게 하려는데 온통 집중한다. 이론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전문적인 단어들을 이야기하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전문성을 어필한다.
상대방의 질문을 바탕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는 자리인 것임을 알고 있지만, 자신을 증명해 내지 못하면 상대방은 더 이상 내 이야기를 듣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말이 길어지고 좀처럼 대화에서 상대방의 질문을 이끌어 내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프로는 일의 목적에만 집중한다. 스스로에 대한 의심이 없기에 상대방 앞에서 자신감 있는 태도로 문제해결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은 당장 전달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라 '결과'로서 자신을 증명해 내야 함을 분명히 알고 있기에 불필요한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다.
3. 상대방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이야기한다.
전문적인 지식과 수많은 경험을 쌓았다고 한들 모든 상황에 자신의 지식과 경험이 통하는 것은 아니다.
경험과 지식이 활용될 수는 있겠지만 모든 문제의 절대적 기준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로는 상대방에게 집중한다. 자신의 눈높이가 아닌 상대방의 눈높이에 맞춰 이야기를 이끌어 간다.
상대방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대화도중 어떤 단어들에 반응을 하는지? 그 반응이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
오로지 상대방에게 집중하여 정말로 대화하고자 하는 진심 어린 마음을 상대방에게 전달한다.
4. 어설프게 아는 것은 모른다고 한다.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것을 아는 척을 할 때가 있다. 앞서 이야기 한 부분과도 연결이 되듯, 결국 아마추어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집중하기 때문이다. 프로는 자신이 잘 알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알지 못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들은 어설픔의 위험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의도치 않게 시작된 터무니없는 말 한마디가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다.
어쭙잖은 지식으로 이렇다 저렇다 이야기를 늘어놓고
모든 일의 방향을 손대기 시작하는 사람들 때문에
문제는 걷잡을 수 없이 방향을 잃고 말게 된다.
특히나 이런 사람들이 리더의 자리에 있는 경우라면 그들의 말 한마디로 쓸데없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조직의 손실은 엄청날 것이다.
진정한 프로는 자신이 나서야 할 때와 나서지 말아야 할 때를 분명하게 알고 있다.
프로답게 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각자 경험한 반경과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에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진행하면 성과가 따라오고 좋은 결과를 내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그들만의 특징이 존재한다.
위의 몇 가지를 소개했지만 이외 다른 특징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내가 만나본 프로다운 사람들은
겸손했다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었다.
자신이 아는 것이 정답이라는 확신을 갖기보다는 항상 누군가의 만남이나 새로운 일을 통해 더 성장하고자 노력하고 작은 것에도 배울 점이 있다는 태도로 항상 자신의 일에 집중했었던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지위나 나이 경력에 상관없이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는 사람에게는 일을 믿고 맡기며 일이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최선의 지원을 아낌없이 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하루가 시작될 것이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일터에서 많은 사람들과 섞여 함께 일하며
당신이 마주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평가받고 또 기억될 것이다.
'프로'는 '프로'를 알아볼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