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 회피'라는 착시: "좋은 충돌"이 필요하다.

Part 4. 솔직함을 가로막는 3가지 착시

by Motivator

지난 북미에서 진행되었던 제품 출시행사에 대해 성공적인 결과였다는 의견들이 오고 간다. 대표는 큰 박수로 함께 마무리 하자며 다른 국가를 타켓팅한 진출 전략을 선언한다.


"자 우리가 여기서 멈추면 안 되겠죠? 자 이번처럼만 다른 국가들도 모두 성공시킵시다. 다들 자신 있죠?"

회의실에 순간 정적이 흐른다. 실제 현장에 있었던 실무자들은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금번 진행되었던 행사에서 있었던 실수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발생했던 부서 간의 충돌들이다. 다행히 이번에는 아무 일 없이 잘 끝났지만 아마 이번처럼 준비하고 진행하면, 다음번에는 분명 문제가 발생할 것임이 분명하다.


한 직원이 손을 들까 말까 망설이다, 주변을 둘러본다. 모두가 침묵 속에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그저 자신의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고 있다. 결국 그도 입을 닫았다.


"좋은 게 좋은 거지. 나 하나 말한다고 바뀔까."
"괜히 나만 분위기 깨는 '유난 떠는 사람(Troublemaker)' 되기 싫어."


이 '평화로운 합의'는 '팀워크'의 증거가 아니다. 이것은 '집단적 무관심'이자 '책임 회피'의 증거이다. 이 '좋은 게 좋은' 문화가 결국엔 모두가 예견했던 최악의 실패를 불러오게 된다.


'가성비'가 끝이 아니다: 솔직함의 '사회적 비용'

이전 챕터에서 구성원이 침묵하는 이유가 '솔직함의 가성비'가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리더가 '권한, 기회, 자원'이라는 현실적인 보상(이득)을 약속해도, 여전히 많은 조직에서 사람들은 침묵하고 있다.


왜일까? 바로 '경제적 비용'보다 더 무서운 '사회적 비용' 때문이다.

경제적 비용: "이 말을 하면 내가 '일(손해)'을 떠안게 될 거야." (→ 이전 글에서 '가성비'로 다룬 문제)

사회적 비용: "이 말을 하면 내가 '관계(평판)'를 잃게 될 거야." (→ 지금 이 글에서 다룰 문제)

우리는 '일 잘하는 사람'이 되기 전에 '좋은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저 사람은 참 똑똑한데, 같이 일하긴 피곤해"

라는 말을 듣는 것이, '추가 업무'를 맡는 것보다 본능적으로 더 두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는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집단의 암묵적인 압력에 굴복하게 된다.


'갈등'과 '충돌'을 혼동하고 있다

우리가 이토록 '갈등'을 피하려는 이유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개념을 '갈등'이라는 하나의 단어에 뭉뚱그려 담아버리기 때문이다.

파괴적 갈등
우리가 두려워하는 진짜 적이다. 이것은 '사람'을 향한다. 감정적이고 인신공격적이며 목표는 '내가 이기는 것'이다. 이것은 Part 3에서 다룬 '무례함'의 영역이다.


건설적 충돌
이것이 바로 '솔직함'이 추구하는 것이다. 이것은 '아이디어'와 '문제'를 향하고 있다.
논리적이고, 목표는 '우리가 함께 이기는 것(최고의 답을 찾는 것)'이다.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착시는, 문제를 해결할
'건설적 충돌'의 기회마저 '파괴적 갈등'으로 오인하게 만든다.

마치 쌀을 씻을 때 쌀을 씻은 물을 버리면서, 쌀(건설적 충돌)까지 함께 버리고 있는 것이다.


'좋은 충돌'을 위한 3가지 규칙

그렇다면 어떻게 '파괴적 갈등'을 피하면서 '건설적 충돌'만 할 수 있을까?

그것은 '태도'가 아니라 '규칙(System)'의 문제이다.


규칙 1. 아이디어와 사람을 분리한다.

"네 아이디어는 틀렸어"가 아니라, "그 아이디어는 A라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라고 말해야 합니다. 비판의 대상을 '사람'에서 '문제'로 바꾸는 순간, 감정이 아닌 논리가 작동합니다.


규칙 2. 목표는 '타협'이 아니라 '최선의 답'이다

'좋은 게 좋은' 문화는 종종 A와 B를 섞은 어중간한 '타협안'을 만든다. '좋은 충돌'은 타협이 아니라, A와 B가 치열하게 부딪혀 완전히 새로운 C라는 '최선의 답'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규칙 3. 격렬하게 반대하고, 명확하게 헌신한다.

이것이 이전 글에서 말한 '문서만능주의'의 완벽한 반대이다. 회의 중에는 그 누구보다 격렬하게 '반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일단 리더가 최종 '결정'을 내리면, 그 결정에 반대했던 사람조차 100% '헌신(Commit)'해야 한다. "나는 반대했으니 책임 없어"라고 '문서 뒤에 숨는' 것이 아니라, "회의에서 내 의견이 채택이 되지는 못했지만, 이제 우리 팀의 결정이니 내가 앞장서서 성공시키겠다"라고 말하는 것이다.


'친밀함'을 넘어 '신뢰'로

결국 '갈등 회피', 그리고 "좋은 게 좋은 거지"라는 말로 대표되는 그 문화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Part 2에서 다룬 '친밀함'을 지키려는 본능이다. 조직의 성과가 아니라,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목표가 되어버린 경우이다.


진정한 '신뢰'란 무엇일까? 갈등이 없는 평화로운 상태가 아니다.

이전 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그것은 "우리가 이 아이디어를 놓고 이렇게 치열하게 부딪혀도, 우리의 관계는 절대로 깨지지 않는다"는 확고한 믿음이다.



'갈등이 없는 조직'을 꿈꾸지 마라. 그것은 '친밀함'이라는 이름 아래 모두가 침묵하는, 죽어가는 조직일 뿐이다. '좋은 충돌이 가능한 조직'을 만들어라. 그것이야말로 '신뢰'가 살아있다는 가장 강력한 증거이며, '솔직함'이 마침내 조직의 문화로 뿌리내렸다는 신호이다.

이전 12화'문서만능주의'라는 착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