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도려내고 싶었던 시간도 결국 리더의 여정이 된다
예전 브런치에 '악마 같은 팀원을 만났습니다'라는 다소 격한 제목의 글을 올린 적이 있다.
10화 악마 같은 팀원을 만났습니다.◀ click 하시면 글을 보실 수 있습니다.
감사하게도 다음 메인에 소개되며 많은 분의 공감을 얻었던 글이다. 당시 나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한 팀원을 떠올리며, 그로 인해 겪었던 마음고생을 날 것 그대로 쏟아냈었다. 오죽했으면 '악마'라는 표현까지 썼을까.
리더라면 사람 문제로 인한 스트레스는 감수해야 한다지만, 사람을 다루는 일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난제 중의 난제다. 나에게 그 팀원은 그 난제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었다. 헤어진 후 다시는 마주칠 일이 없기를 바랐을 만큼....
그런데 얼마 전, 바로 그 팀원에게서 연락이 왔다.
메신저에 뜬 이름을 보는 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슨 내용일까?
또 무슨 일로 나를 힘들게 하려는 걸까? 혹시 내가 뭘 잘못한 건 아닐까? 짧은 순간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혔다. 한참을 망설이다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메시지를 읽어 내려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내용에 나는 깊은 생각에 잠길 수밖에 없었다.
1. 누군가에게 기억된다는 것의 의미
나 역시 문득문득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그때 그 장면, 그 사람이 던진 말 한마디가 불현듯 스쳐 지나간다.
긍정적인 기억이라면 좋겠지만, 때로는 부정적인 영향력이 더 질기게 남아 머릿속을 맴돌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친구에게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었기에 연락을 해온 걸까? 불안감과 호기심이 동시에 일었다.
2. 뜻밖의 감사 인사
직장에서 리더와 팀원으로 만나 기억에 남는다는 건, 보통 둘 중 하나다. 정말 최악이었거나, 아니면 일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거나. 놀랍게도 그 친구는 나를 후자로 기억해주고 있었다. 솔직히 함께 일하는 동안 서로 답답했던 적도 많았고, 감정이 섞인 잔소리도 많이 했던 것 같은데. 그는 오히려 나와 함께하며 배우고 깨달은 점이 있었다며 감사를 전해왔다.
내심 고마우면서도 한편으론 얼떨떨했다.
3. 다시 마주하게 된 나의 민낯
돌이켜보면 유독 그 친구에게는 리더로서의 포용력보다 차갑고 매정한 모습을 더 많이 보였던 것 같다.
다른 팀원들을 대할 때와는 사뭇 다른 방식이었다. 왜 그랬을까.
그때의 나도 미숙했음을 인정한다.
그를 리딩하는 과정에서 나 역시 수없이 좌절했고, 내가 아직 리더로서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었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도착한 그의 메시지를 읽으며, 어쩌면 당시의 내가 보여준 조금 다른 방식의 행동들이 그에게는 오히려 필요한 자극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의도했든 아니든 말이다.
그 친구와 함께했던 시간은 내가 지금까지 팀을 이끌어오며 경험했던 '성공적인 팀 빌딩'의 방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래서 솔직히 내 리더십의 역사에서 도려내고 싶은 시간이기도 했다.
미안함, 답답함, 자책감 등 복합적인 감정이 뒤섞인 일종의 '흑역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심이 담긴 그의 메시지를 읽은 후, 숨기고만 싶었던 그 시간들이 다시금 나의 리더로서의 여정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것을 느꼈다.
인생이란 참 신기하다. 그때는 틀린 것 같았고 피하고만 싶었던 순간들이,
결국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를 찾아 돌아온다.
용기 내어 먼저 연락해 준 그 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한다.
4.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복잡하고 다양한 사람을 어떻게 단 하나의 방식으로 정의하고 이끌 수 있겠는가.
그때는 맞다고 확신했던 것이 틀릴 수도 있고, 당시엔 실패라 여겼던 판단이 훗날 최고의 결정이 되기도 한다.
오늘은 왠지 기분이 좋다.^^
묵은 체증이 내려가고, 나 자신이 한 단계 성장한 느낌이 들어서일까.
책으로 배워서 완벽한 리더가 될 수 있다면 좋으련만
우리가 마주하는 팀원들은 통제하거나 가둬둘 수 없는 귀한 존재들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오늘도 마주하고, 대화하고, 부딪쳐야 한다.
그래야 어제의 나보다는 조금 더 나은 리더의 모습을 팀원들에게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