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를 당신만의 기념일로 선정한다면?

인터뷰 캠프 24일 차

by 해리안

단 하루라면,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의 퇴사일을 기념일로 삼고 싶다. 5년의 대학원 생활 후 바로 시작된 첫 직장 생활이 18년을 이어왔다. 첫 회사가 이렇게 길어질 줄은 예상치 못했다. 23년의 시간 동안 결혼을 했고, 아이들을 낳았고, 아이들을 키웠다. 회사에서는 많은 시행착오 끝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그 과정 속에서 성장도 했다. 많은 선배와 후배들을 만났고, 그들 중 몇몇은 내 인생에 중요한 사람들로 남았다. 30대에는 새로 꾸린 가정을 탄탄히 다지기 위해 노력하였고, 새롭게 맞이하게 된 아빠로서의 책임감을 배우고 받아들이는 시간이었다. 40대에는 조직 속에서 입지를 다지고,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돋보이려 노력한 것 같다. 좋으나 싫으나 회사는 나의 30대와 40대를 지켜준 든든한 보호막이었고, 그 시간 동안 나를 키워준 고마운 존재였다. 만일 회사 문화가 (지금처럼) 소통하기 어렵고, 개개인의 의견을 내기 어려웠다면, 아마도 18년을 몸담지는 않았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회사의 퇴사일이 진정으로 내 인생의 전반전을 정리하는 날이기도 하다. 퇴사를 한 후 갖게 되는 얼마간의 휴식이, 내 인생의 하프타임이 될 것이다. 그러니 퇴사의 모습이 어떻지 든 간에 그간 고생하였다는 의미로 기념일을 삼을만하다.


축구에서 하프타임이 중요한 이유는 정신없이 필드에서 뛰기만 한 선수들이 그동안의 문제는 무엇이었는지, 앞으로의 전략은 어떻게 수정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잠시 객관적으로 생각할 쉼을 주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하프타임은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서 후반전 역전을 일으킬 수도, 당할 수도 있는 시간인 셈이다. 그동안 살아오면서 무엇이 그리 급했는지 한 번도 Pause를 누르고 잠시 멈춰 돌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여기까지 온 것은 정말 다행이지만, 복기 없는 삶은 위험하다. 앞으로 다가올 하프타임에서 인생의 45년 후반전을 잘 준비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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