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가 캠핑카라고 부르는 이동식 주택은 크게 카라반과 모터홈으로 나뉜다. 카라반은 바퀴가 달린 트레일러 형태로, 주방, 화장실, 침대 등을 갖춘 주거 공간인데, 스스로 이동할 수 없고 반드시 견인차가 필요하다. 반면에 모터홈은 차량과 주거 공간이 하나로 통합된 이동식 주택으로 캠퍼밴이라고도 불린다. 나라별로 캠핑카의 선호도도 각자 다르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짧은 여행거리와 보관 공간이 중요한 유럽에서는 카라반이 보편적이고, 이동 거리가 상대적으로 길고, 기동성이 중요한 미국에서는 모토홈이 선호된다고 한다.
미국식 모터홈과 캠핑
카라반은 1920년대에 자동차의 발전과 함께 성장하였기 때문에, 유럽에서 많은 브랜드와 모델이 파생되었다. 당시 사진을 찾아보면 포드 T와 같은 빈티지카로 카라반을 연결하여, 유럽의 시골길로 휴가를 떠나 는 유럽인들을 볼 수 있는데, 당시 우리나라의 상황을 고려해 보면 상당히 충격적인 문화의 차이였다. 처음에는 작은 마차와 흡사한 모습이었던 카라반은 점차 튼튼한 외형 재료를 도입하고, 내부에는 주방과 침실 등의 편의시설을 도입하며 지금과 유사한 형태로 발전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독일의 Hobby, 슬로베니아의 Adria, 영국의 Bailey 는 모두 이런 배경으로 1900년대 중반부터 성장한 카라반 메이커들이다.
1900년대 중반의 유럽 캠핑 문화
미국형 카라반은 유럽형과 판이하게 다른 외형과 기능을 가지고 있다. 미국형 카라반은 우선 크기부터가 유럽형에 비하여 엄청나게 크고 그만큼 무게가 많이 나간다. 공간이 넓은 만큼 내부의 인테리어가 매우 화려한데, 흡사 가정집에 와있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아무래도 유럽에 비하여 도로와 주차장이 넓고, 대형 차량을 견인할 수 있는 픽업트럭이 많다는 점. 땅이 넓은 만큼 이동거리도 길기 때문에, 사용자가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이 중요하다는 점이 이런 차이를 만든 것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캠핑카 역사가 길지는 않았다. 2000년도 이전에는 캠핑카를 법적으로 자동차로 분류하지 않아서, 정박용으로만 사용이 가능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코로나를 기점으로 개인적으로 독립된 공간에서의 캠핑을 원하는 캠퍼가 많이 생겨났고, 요즘에는 국산 카라반이나 모터홈의 수준도 많이 개선되었다고 한다. 특히 포터와 같은 1톤 트럭을 개조한 모터홈이 이런 국산 캠핑카 시장을 조금은 저렴한 가격으로 시작하는 문을 열어주었다.
넓고 넓은 캠핑카 세계에서 나에게 맞는 모델을 찾으려면 캠핑카의 종류별 장단점을 잘 파악해야 하고, 나의 캠핑 스타일과 맞는 조합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처음에는 이런 지식이 없어서 다양한 메이커와 다양한 사이즈, 온갖 기능의 차이 속에서 혼란스럽기만 했었다. 내 기준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가족이 편하게 지낼 수 있는가, 이동이 편리한가, 비용이 적당한가였다. 구매 당시에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많았던 모터홈은 주차가 편리하고, 이동 간 운전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 최대 장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캠핑장에서 캠핑을 하다가 시내로 쇼핑을 하러 가거나, 주변 여행을 하러 갈 때는 세팅해 놓았던 모든 것을 다 정리하고 이동을 해야 한다는 치명적인 불편함이 있었다. 또한 어지간히 큰 모터홈이 아니고서는 4명의 가족이 지내기에는 불편함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카라반은 내연기관이 없기 때문에 모터홈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별도의 견인 면허가 필요한 만큼 견인차에 카라반을 매달고 운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번 캠핑장에 세팅을 해두면, 이후에 지근거리의 이동은 견인차를 이용하면 되기 때문에 무척 편리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4인이 지낼 수 있는 충분한 공간과, 그 안의 액세서리들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유럽형 카라반은 사이즈는 작지만 정말 compact 하게 공간과 살림 설비를 잘 배치해 두었다. 퀸사이즈 침대, 아이들 전용의 침대, 소파, 식탁, 요리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가스레인지와 오븐, 전자레인지, 그리고 샤워실과 화장실까지 있으니 1주일을 지내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카라반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덜컥 카라반을 구매하였다가, 본인의 캠핑 스타일과 맞지 않아서 기변을 고민하는 분들의 사연을 종종 접한다. 중고 카라반 시장은 일반 자동차와 달리 거래가 활발하지 않기 때문에, 기변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니 한번 구매할 때 정말 신중한 선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정작 우리 가족도 우리의 알빙 스타일을 잘 모른 채 구매하기는 했지만, 다행이도 지금의 카라반 선택이 잘 맞은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