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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반 음식 대전

by 해리안

카라반 캠핑에서 음식 이야기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카라반에는 기본적으로 스토브와 오븐, 그리고 전자레인지가 있기 때문에 기존의 텐트 캠핑 때보다 훨씬 다양한 요리를 할 수가 있다. 싱크대에서 청수를 쓸 수 있기 때문에 과일이나 야채 손질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편이다. 짐 보관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카라반에 전기밥솥과 에어프라이, 캡슐 커피 머신을 가져다 놓았었다. 그러다 보니 햇반보다는 직접 밥을 해 먹게 되었고, 에어프라이를 이용하여 군고구마나, 빵을 구울 수도 있었다. 얼음만 잘 얼려두면 아쉽지 않을 정도의 아이스 아메리카노도 만들 수 있으니 좋았다. 자연스레 집밥 스타일의 요리를 이것저것 많이 했던 것 같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아침에 먹는 갓 구운 빵과, 아메리카노 한잔이다. 크루아상 생지를 잘 얼려 두었다가 아침에 에어프라이어로 구워내면, 여느 빵집 못지않은 감동을 준다. 가끔 식재료 준비가 좋을 때에는 에그 샌드위치나 BLT 샌드위치도 만들어 본다. 여기에 몇 가지 과일까지 곁들이면 제법 훌륭한 브런치 한상이 만들어진다. 브런치에는 커피가 빠질 수 없다. 처음에는 집에서 안 쓰는 네스프레소 머신을 카라반에 가져다주고 여러 가지 캡슐을 돌려가며 커피를 맛보았었다. 작년부터는 집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고 있어서, 캠핑 올 때도 100g 정도의 콩을 사 온다. 아침에 일어나 캠핑장 인근의 숲길을 한번 산책하고, 시원하게 샤워를 한 후, 카라반 앞마당에 앉아서 그라인더에 커피빈을 곱게 갈아낸다. 종이 필터에 따듯한 물을 부어두고, 좀 있다가 커피를 담아 따듯한 물을 한 번 더 내린다. 그렇게 받아낸 따듯한 아메리카노 한잔의 맛은 잊을 수가 없다. 봄이나 여름철, 머리 위 나무에서 새소리가 들려오고, 아무도 없는 캠핑장에서 나 혼자 즐기는 브런치의 여유는 한번 맛보면 헤어 나오기 어려운 매력이 있다.


30년 할머니 순두부 / 남애제일식당
범골토종닭 / 산촌생등심 / 흥부네 밥상
양양버거 / 이조은할머니손두부 / 놀자대게
범부메밀국수 / 수산항물회
베짱이 문어국밥 / 잿놀이 / 강원도막걸리술빵


카라반 캠핑을 한다고 삼시 세 끼를 해 먹지는 않았다. 오히려 텐트 캠핑 때보다 외식을 더 많이 한 듯하다. 날씨가 아주 안 좋은 날을 제외하고는, 캠핑을 와도 낮에는 양양이나 속초 여행을 다녔기 때문이다. 50번이 넘는 여행 덕분에 이 동네의 웬만한 식당은 다 가본 것 같다. 캠핑장에서 한계령 쪽으로 10분만 올라가면 순두부 식당이 있는데, 속초, 강릉을 다 다녀봐도 이곳만 한 맛집을 아직은 못 만났다. 그 밖에도 메밀 막국수, 감자 옹심이, 생선구이, 황태 해장국, 장칼국수, 째복국, 물회, 어죽 등등 강원도만의 맛이 있는 식당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그뿐인가, 서울에서도 흔한 순댓국집, 옛날통닭, 피자나 버거 같은 흔한 메뉴들도 푸른 동해안 풍경이 더해지면 그 감동이 배가된다.


양양은 도시가 작아서 그런지 7시 이후에는 영업을 하는 식당을 찾기가 어렵다. 그래서 점심을 외식을 주로 했다면, 저녁은 다시 카라반으로 돌아와 요리를 하는 편이다. 카라반 인근 여행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시장에 들러 저녁거리와, 캠프 파이어 때 먹을 간식거리를 조금 산다.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아무래도 고기 쪽이다. 옛날에는 숯불을 피워 그릴에 굽는 방식의 고기만 주로 했지만, 카라반 여행에서는 여러 가지를 도전해 보았다. 개인적으로 가장 맛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릴에 몇 시간 동안 구워내는 훈연 삼겹살 구이. 웨버 그릴의 한쪽에 숯을 넣어두고 사과나무와 같이 향이 좋은 훈연칩을 물에 불려 올려둔다. 200도 정도로 온도를 잘 맞춘 후 통 삼겹살 몇 덩이를 반대쪽에 올려둔다. 바람구멍을 잘 조절하여 연기가 고기 쪽으로 빠지게 몇 시간을 두면, 사과나무 향이 잘 베어 들어간 맛있는 훈연 삼겹살 구이가 완성된다. 너무 익히면 딱딱해 지기에 온도 조절이 쉽지는 않지만, 잘 익은 훈제 고기를 한 점 베어 물었을 때의 감동은 그 어떤 삼겹살 고기와도 비교할 수가 없다. 시간이 조금 부족할 때는 돼지고기 목살 꼬치구이도 괜찮은 선택이다. 큼직큼직하게 썰어 놓은 목살에 적당한 후추, 소금 양념을 하여 시즈닝해 두고, 직화가 아니라 은은한 불에서 꼬치를 돌려가며 구워주면 완성. 숯불에 돼지고기를 구우면 떨어지는 기름 때문에 불쇼가 일어나고는 했는데, 이 방법을 쓰면 아주 깔끔하고, 맛도 좋은 돼지 목살 구이를 만들 수 있다. 아이들에게 꼬치 돌리는 역할을 주면서, 요리에 참여하게 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물론 라면도 먹는다! 계곡에서 물놀이를 한참 하고 나와 허기질 때, 서울 집으로 돌아와야 하여 오전에 짐정리를 열심히 한 뒤에, 간단하게 끓여서 먹는 라면 한 그릇은 언제나 맛있다. 우리 가족은 서울 집에서는 라면을 거의 안 먹으려 노력하기 때문에, 캠핑장에서의 라면은 약간 치팅데이 같은 느낌의 이벤트라,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다. 하긴, 무엇을 해도 웬만하면 다 맛있는 게 캠핑장 요리이다. 집에서는 느끼기 힘든 식사의 여유로움이 효과 좋은 조미료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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