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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루트 Jun 10. 2020

퇴사는 처음이라서

사회초년생의 첫 퇴사

출근 퇴근 출근 퇴근....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지옥철, 매주 기다려지는 금요일 오후 6시 어쩌면 대한민국 모든 직장인들의 정형화된 패턴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이면 나는 주문을 외운다. "내가 진짜 퇴사를 하던가 해야지..." 하지만 무슨 두려움 때문인지 말만 앞서고 실행을 하지는 못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웠던 것이었을까? 매달 날아오는 청구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 3년의 경력관리, 부모님의 걱정... 어쩌면 나는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자기 합리화를 하고 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러한 무한 쳇바퀴에 갇혀있는 다람쥐 같은 삶에서 나가기로 결정했다. 모두가 공식처럼 말한 경력 3년을 못 버티고 나는 2018년 11월 30일 첫 직장생활 2년 10개월 만에 '첫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하고 나면 평일에 하고 싶은 걸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모닝커피를 마신 후 가벼운 조깅을 하고 샤워를 한 후 여유롭게 책을 읽는다거나 평소에 하고 싶었던 영어공부를 할 줄 알았다. 하지만 보상심리 때문인지 일주일간은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놀기만 했다. 그렇게 이주, 삼주가 지나면서 점점 늘어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때 깨달았다. 나는 시간이 많으면 많을수록 오히려 더 늘어지는 사람이었다. 남들 일하는 평일에 갑자기 시간이 많아지니 도대체 뭐부터 우선순위로 해야 할지 몰랐다.


백수생활이 마냥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나는 서울에서 월세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퇴사 후 공백 기간은 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생각과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이참에 영어공부를 제대로 하고 취업을 할까? 창업을 해볼까? 아님 영어학원 알바를 할까?"

평일에 할 일이 없다는 게 이렇게 무기력하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 회사 밖을 나오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회사의 시스템에만 길들여진 나는 회사의 부품 중에 아주 작은 톱니바퀴 중에 하나였고 회사 밖에선 나만의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다.


백수의 생활은 그리 길지 않았다. 회사 없이 나의 능력으로 돈을 벌 수 없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고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시간이었다. 그 이후로 열심히 준비하여 2달 만에 다시 취업에 성공하여 직장인의 신분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회사라는 울타리 안에 보호받으며 조금씩 조금씩 대체할 수 없는 역량을 기르면서 지내고 있다. 새 회사에서 일을 한지 어느덧 1년 6개월이 지나왔다. 지금 생각해보면 첫 퇴사 후 혼자만의 공백기간이 나에겐 너무나도 값진 시간이었던것 같다.


직장인은 언젠가 퇴사를 한다. 그것이 자의든 타의든 퇴사를 하게 되면 적어도 회사 없이도 먹고살 수 있을만한 계획을 미리 준비해야만 한다. 20대 후반에 퇴사를 한번 경험해본 나는 30살이 된 지금부터 언젠가 해야만 하는 퇴사 이후의 삶을 미리 계획하고 준비하려고 한다. 앞으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행복한 마지막 출근날을 생각하며 조금씩 조금씩 회사 밖에서 '나만 할 수 있는 일'을 만들며 준비해보려 한다.



앞으로 '30살에 시작하는 퇴사준비'라는 브런치 북을 목표로 글을 연재해보려고 합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첫 작품이라 필력이 많이 부족하겠지만 경험을 바탕으로 많은 분들에게 공감되고 정성 있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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