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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혁 May 03. 2020

Gloomy Sunday

좋은 아침

아침인데 눈이 부시지가 않다. 

벌써부터 여름 같았던 기온이 설레발친 것을 인정하듯 머쓱한 모습으로 어디론가 기어들어갔다. 

적당히 차가운 공기는 손끝에서 먼저 느껴졌고 목덜미를 지나 콧속으로 들어가는 묵직한 향내는 일요일과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지만 꾀나 좋아 보인다. 이른 아침 드문드문 어디론가 걸어가는 사람들의 고개는 적당히 숙여있고 그 눈빛은 약간은 무거워 보인다. 그러나 내 마음과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초롱초롱하고 똘똘한 시선으로 아직은 드리워지지 않은 아침 공기를 가르며 하늘을 쳐다본다. 말 그대로 짙은 회색 구름이 너무나 빽빽이 들이차서 구름이라고 느껴지지 않을 정도이다. 차도를 지나가는 자동차의 소음도 회색 구름에 흡수되어 그리 시끄럽게 들리지도 않는다. 건물들이 빼곡히 들어찬 도심 한가운데서 뭔가 조금은 아쉬움을 느껴 살며시 눈감는다. 새벽이슬에 채 마르지 않은 풀냄새와 어디선가 불어올 듯한 장작 타는 냄새에 코끝을 실룩거려본다. 

고요하고 차분한 이 아침이 좋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 것 같지만 듣고 싶은 소리만 미세하게 들을 수 있는 이 아침이 좋다. 

gloomy 한 일요일 아침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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