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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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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혁 Jun 09. 2020

여름은 귀찮은 잔소리지만 겨울은 날카로운 고통이다

고통이 짙으면 눈물 따윈 흐르지 않는다

여름의 더위는 견딜 수 있지만 겨울의 추위는 견딜 수 없는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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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땀을 닦아내고 씻어내고 햇볕을 피해 시원한 물 한 모금 마시면 수그러들거나 어느 정도 가시지만, 한낮의 태양조차 녹이지 못하는 세상에서 죽기 직전의 얼어붙은 몸을 녹일만한 온기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눈이 멀 것 같은 강열한 태양빛과 익어갈 것 같은 피부의 온기는 헐떡이는 숨에 담아 뱉어낼 수 있지만,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굳어버린 입술사이에서 흘러나오는 입김은 이내 곧 서리로 맺혀 땅에 후드득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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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딜 수 없는 온갖 잔소리와 혹은 폭언으로 지쳐갔던 시간은 그늘과 시원한 물 한 모금이 어딘가에 있었기에 수그러들거나 어느 정도 잠잠해졌다. 설사 다시금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어도 찡그린 눈으로 몇 번 흘기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잠잠해진다. 그러나 냉담한 눈빛과 고요한 침묵은 그 어느 차가운 겨울보다 시리고 날카로운 차가운 고통이다. 온갖 온기를 품고 다가가려 해도 근처에만 가면 어느새 녹아버려 심장 속까지 얼어붙는 비참한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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