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워홀 삼수 합격과 퇴사 그리고 출국, 그리고 코로나
대학생 때부터 캐나다로 워킹홀리데이를 가고 싶었다. 취업 준비하면서 한번, 인턴으로 갈리면서 또 한 번 지원했지만 두 번 다 떨어졌다. 그리고 본격 회사의 노예가 되어 영혼과 건강과 수명까지 깎아먹다가 이대로는 안 된다 싶어 퇴사를 준비하면서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지원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그 전의 두 번과는 다르게 프로파일 제출하고 두 달 만에 인비테이션이 왔다. 뭐야, 나 진짜 캐나다 가는 건가? 엄마도 친구들도 긴가민가 했었지만 나만큼 현실감이 없진 않았을 거다.
하필 퇴사를 결심한 19년 상반기가 미친 듯이 바빴고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던 때였는데 그 와중에도 병원 가서 신체검사하고 경찰서 가서 범죄 회보서도 떼고 지문도 등록하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서류 준비를 했었다. 한 단계씩 완료가 되어가고 돈이 나가는 걸 보니 캐나다 가는 것 맞는 것 같긴 한데, 진짜 가나? 이 생각은 비행기 타러 공항 갈 때까지 했던 것 같다.
서류를 모두 준비하고 최종 합격을 기다리면서는 또 인비테이션을 받고 서류를 준비하던 것이 꿈속 일인 것처럼 미친 듯이 바빴다. 울 힘도 없는데 울고 싶었고 옆 사람을 붙잡으면 도미노처럼 다 쓰러질 것 같은데도 아무거나 붙잡고 싶었다. 결국 아무것도 붙잡지도 울지도 그렇다고 잘 헤쳐나가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딱 죽을 것 같았을 때, 출근까지 고작 몇 시간 남지 않은 시간에 퇴근해서도 다음 날이 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잠 못 이루고 있을 때,나의 최종 합격 레터는 그 순간에 왔다.
참나. 진짜로 죽을 것 같은 순간에 어찌어찌 그렇게 또 상승구간이 오긴 온다.
당장 퇴사를 하지는 않았고 또 퇴사를 하고 바로 캐나다로 떠나지도 않았다. 조금 더 버텨보다가 진짜로 안 되겠다 싶어 퇴사를 했고, 퇴사 후에는 너덜너덜해진 몸과 마음을 추스르면서 열심히 쉬고 놀았다. 3개월을 내리 아무것도 안 하다가 영어 공부를 조금 하고 운전면허도 따면서 밴쿠버행을 준비했다.
밴쿠버는 겨울에 비가 너무 많이 온다니까, 겨울이 끝나는 때에 맞춰서 가자는 나름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내가 밴쿠버 비행기표를 사기도 전에 여름에 놀러 온다는 친구들과 스케줄을 맞춰보기도 했다. 친구들은 결국 내가 출국하기도 전에 밴쿠버행 비행기표를 샀다. 출국일이 다가올 때쯤, 코로나에 대한 뉴스가 들려왔고 한국에 조금씩 확진자가 생길 때 나는 한국을 떠났다. 다들 어쩌면 타이밍이 좋은 거라고 거긴 괜찮을 거라고 말해줬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용기와 객기를 전부 모아 떠나는 것이니 즐겁게 놀다 오자고 그렇게 두근두근 했었다.
그땐 이렇게 코로나가 전 세계를 덮어버릴 줄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