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했지만 일을 시작하지 못한 사람

by 공작


둘째가 세 살 되던 해.

다시 사회에 작은 문을 두드리던 시절이었다. 시간강사로 다시 일하는데도 많은 면접을 봐야 했다.

대부분 경력단절이 이유였다.

다행히 한 초등학교에서 다시 기회를 얻었다. 나중에 담당교사에게 이야기를 듣고 안 사실인데

경쟁률이 높았다고 했다.

지금도 그 좁은 교실에 꽉 차 있던 , 수많은 사람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


그게 겨우.. 그런 일이...


그 정도로 경쟁률이 쎌 일인가 싶지만 말이다.


한편으로는 나 같은 사람들이 많다는 이야기이기도 할 것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일을 마치면 아이 하원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전속력으로 달리며 어린이집 선생님과 통화를 했다.

시간은 이미 하원시간인 5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선생님, 조금 늦을 거 같아요 죄송해요!"

거의 울기 직전의 일그러진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5분만 늦어도 대역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은 괜찮다고 하셨지만 늘 죄송했다.


아이를 야간보육하는 곳에 맡기고 싶진 않았다. 그 시절만 해도 그런 곳은 등록자격도 까다로울 뿐 아니라, 대기가 많아서 들어가기도 어려웠다.


어느 날은 어린이집 선생님한테 전화가 왔다.


" 어머님, 하민이가 자꾸 화장실에 가고 싶다고 하는데, 병원에 데려가보셔야 할 거 같아요"


나는 부랴부랴 다시 아이를 데리고 와서, 병원으로 향했다.

아이는 천진난만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자석을 서로 붙인 것처럼,

멀어지면 나를 불러오는 돌고 도는 자기장처럼, 나와 아이는 다시 함께였다.

병원에서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를 했다.

별다른 이상은 없다며 약을 처방해 줬다.

약을 먹였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다.


집에서 좀 더 먼 곳의 전문 병원으로 갔다.

거기서도 별다른 이상은 없다고 했다.

원인도 모르고 이유도 모르고 치료법도 모를 때 부모는...

그럴 때 가장 어깨가 무거워진다.




그때 내가 너무 욕심이 많았던 걸까.


애초에 나는 도망칠 수 없는 곳으로 도망 온 것일지도 모르는 것이었다.


열이 펄펄 나는 아이를 데리고 출근했다가, 엉엉 울며 그만두었다는 동네 지인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첫째 아이의 친구엄마 A의 이야기.


A는 일이 안정적이라 아이가 어린이집에 다닐 때, 다시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자신이 왕년에 얼마나 일을 잘하는 사람이었는지 말할 땐 얼굴에서 빛이 났다.

어느 날 A가 출근한 병원 원무과에 접수창구에서... 컴퓨터 앞에 앉자마자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왔다.


"어머님, 아이 열이 너무 높아요. 지금 바로 데려가셔야 할거 같아요"


출근하자마자 다시 밖에 나갈 수 없었던, A는 어렵게 아이를 병원으로 데려왔다.

뜨거운 아이를 안은 채 창구 안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환자를 응대하면서 ,

무슨 정신으로 있었는지 몰랐다고 했다.

A는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울면서 변명할 힘도 잃은 채

병원 문을 나섰다.


그 이야기가 오래 생각난다.


출근했지만,

일을 시작하지 못한 A의 이야기는




내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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