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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스토리가 열어준 작가의 길

by 공작


브런치 스토리가 열어준 작가의 길



SNS에서 '브런치스토리 합격했어요'라는 글을 봤다. 브런치가 뭐길래 합격을 하고 그렇게 좋아할까 싶은 궁금증에 브런치에 가입하게 되었다. 처음엔 막상 나도 합격하고 나니 무슨 글을 써야 할지, 누가 내 글을 읽어줄지 두려웠다. 하지만 어쩐지 마음껏 글을 쓸 공간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느꼈다. 가끔 발행하는 글에 좋아요 10개가 넘으면 심장이 요동쳤다. 나의 별것 아닌 조촐한 일상에 댓글을 달아주시는 독자님들의 결은 다른 플랫폼의 구독자들과는 결이 달랐다. 나의 이렇다 할 바 없는 글을 읽고 흔쾌히 반응해 주었다. 브런치 스토리에서의 첫 글 발행은 작가로 향하는 디딤돌이었다.


브런치 스토리에 글을 올리면서 수많은 글 잘 쓰는 작가님들을 보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빠져들어 맘껏 글의 바닷속에서 헤엄쳤다. 실용서에 머물던 독서가 문학으로 확장되면서 깊이와 폭이 커졌다. 그 무렵부터는 보통의 취미를 넘어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내가 썼던 글을 돌아보고 제대로 배우고 싶었다. 나는 '앎'을 쓰는 사람이었지 '삶'을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 곧 새로운 욕심으로 이어졌다. 브런치 스토리 덕분에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열망으로 3년 전 나는 다시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했다. 원격대학이었지만 일도 하고 있고 가정도 돌봐야 하는 나에게는 심리적 부담이 컸다. 게다가 마흔이 훌쩍 넘은 내 나이를 생각하면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글에 진심인 학우들과의 간극, 교수님들의 질타 속에서 나는 열정으로 배움을 채웠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브런치에 올리고 글쓰기로 실천하는 일이 맞물리며 선순환이 만들어졌다.


그러다 내 일상을 뒤엎어버린 사건이 찾아왔다. 건강검진에서 폐에 이상 소견이 발견된 것이다. CT결과를 기다리던 며칠은 지옥 같았다. 멀쩡하던 가슴이 아픈 듯한 환각통에 시달렸다. 끝을 알 수 없는 두려움과 불안이 몰려왔다. 그 순간 나는 만약 나의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되었다. 딱 두 가지가 생각났는데 하나는 식구들을 위해서 맛있는 밥을 매일 해주고 싶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바로 글쓰기였다. 전에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생의 끝을 마주하는 가장 절실한 때에 글을 쓰고 싶다니, 아이러니했다. 결과적으로 다행히 암은 아니었고 1년 뒤 추적관찰을 위해 다시 ct를 찍어야 한다. 이 사건을 통해서 나는 글쓰기가 비로소 내가 나다울 수 있는 근원적 행위였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렇게 다시 글을 쓰고자 하는 의지를 품게 되었다.


브런치 스토리는 글 쓸 공간을 마련해 주었고, 나를 진정으로 쓰는 사람으로 변화시켰다. 어느 날 지인이 어떻게 하면 브런치스토리에 합격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냥 넘길 수 있는 질문이었지만 나는 내가 도와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다 브런치스토리에 자꾸 떨어져서 고민인 사람들에게 조금씩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나는 자진해서 한 달에 한 번 무료로 브런치스토리 합격방법을 공유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필사모임과 글쓰기 모임을 만들고 책을 쓰게 되었다. 글쓰기 모임에서 어떤 분은 대학원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려주었고, 은퇴 후에 제2의 삶을 살게 되었다는 분도 있었다. 글을 매개로 타인의 성장을 돕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무척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나의 작은 글이 누군가의 삶을 바꾸고,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해 가는 모습을 보면서 글이 변화의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내가 지금 까지 이룬 성과는 과정일 뿐이며 나는 여전히 배우고 있다. 내가 브런치에 차곡차곡 쌓는 글들이 모여 다른 책으로 만들어지고, 독자와의 소통으로 연결되길 기대한다. 브런치스토리는 내게 작가라는 정체성을 심어주었고, 배움과 성장으로 나아가도록 도와주었다. 브런치스토리를 통해서 나를 다시 발견하고 문학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고 많은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인생의 마지막 항구를 향해 닻을 올릴 때까지 계속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는 다짐을 한다. 그냥 쓰는 사람이 아니라 기를 쓰고 기어코 삶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앞으로도 나는 브런치 스토리와 함께 걸을 것이다. 언젠가 브런치 스토리에서 시작한 꿈을 이루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그리고 삶을 쓰는 진실한 작가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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