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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읽기의 힘

칼럼 쓰기

by 공작



Read — 읽기의 힘


"책은 도끼다." — 프란츠 카프카의 말이다. 이 단순한 동작, *읽는다(Read)*는 행위는 실은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행위 중 하나다. 'Read'라는 단어 안에는 독서라는 행위만이 아닌, 그 이상의 깊은 상징과 함축이 숨어 있다.

Read는 영어 사전에서 "글자나 기호를 인식하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눈으로 글자를 따라가며 의미를 해석하는 행위, 그것이 바로 읽기다. 하지만 진짜 읽는다는 것은, 단지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읽는다는 건, 그 사람의 세계를 하나 더 사는 일이다."라는 말처럼, 읽는다는 건 타인의 삶을 통째로 빌려 사는 마법 같은 행위이기도 하다.


읽는다는 건, 곧 창문을 여는 일이다. 어둡던 방에 창문을 열면 한 줄기 빛이 스며드는 그 순간이 바로 독서다. 책은 익숙한 시선에서 벗어나 다른 관점의 창을 열어준다. ‘Read’는 곧 ‘확장’이다. 지식과 감정을 넘어 나를 벗어나 누군가의 시간과 감정 안으로 들어가는 여행이다.


우리는 책을 읽지만, 사실은 책을 통해 나 자신을 다시 읽고 있는 것이다. 감정의 뿌리를 찾아가는 자기 독서. 그것이 우리가 책을 통해 배우는 진짜 ‘읽기’다.


‘Read’라는 단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Re(다시)’와 ‘Ad(행동하다, 움직이다)’라는 의미가 교차된다. 즉, Read =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다. 책 한 권이 우리를 변화시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서는 나를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행위다.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 게를 읽고는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풍진동 lp가게를 마주하고 잊혔던 음악을 다시 찾아보았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을 읽은 밤 가슴이 먹먹해 한동안 잠을 이루지 못했다. <스토너>를 읽고 지극히 평범한 삶이 주는 다이내믹함을 한동안 곱씹기도 했다. 최근 조병준 작가의 기쁨의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식물을 몇 개 들여서 거실에 나만의 작은 정원을 꾸며보고 있다. 독서란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해 준 단말인가?


한 편의 글을 읽고, 오래 묵혀 두었던 것들을 치워내고, 다시 움직인다.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멈춰 있던 나를 다시 걷게 만든다.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얻는다. 어쩌면 책은 정적인 오브제가 아니라, 우리 안의 에너지를 재점화하는 도구다.

Read는 그냥 읽기가 아니다. 그것은 다시 삶을 읽는 일이다. 우리가 어떤 책을 읽느냐는 결국 어떤 삶을 선택하느냐와 닿아 있다. 지친 하루 끝, 한 문장을 마음에 새기는 것만으로도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책은 언제나 삶의 방향을 조금씩 바꾸어 놓는다. 독서란 결국 우리를 더 멀리, 더 깊이 살아가게 만드는 힘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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