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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셋증후군 May 13. 2024

15. 수평조직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수평조직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눈치 채셨을 수도 있지만 앞선 세 장과 이번 장은 같은 회사에서 받은 질문들이다. 


꽤 기대를 가지고 간 면접이었는데, 그 회사 이미지만 다 망가졌다. 뭐, 떨어졌지만 ‘합격해도 안 가야지’ 굳게 다짐했었다. 떨어지면서도 당당한 모습. 사실 면접 중에 저런 질문보다 더 저급한 소리도 들었는데, 다룰 가치가 없어 책에서는 뺐다. 


노트북을 뚫어지게 쳐다보던 그들 중 하나가 내게 ‘수평조직’에 대해 물어봤다. 좋은 질문이다. 수평조직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옳은 마인드가 있는 사람이 입사하면 더 빨리 적응할 수 있을 테니까. 


단, 조건이 있다. 수평조직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뒷받침 된 상황에서는 좋은 질문이다. 어디서 경력사원으로 와보니 수평조직 때문에 시달리고, 불편하고, 피곤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물어보면 안 된다. 이 경우에는 후자였다. 어설픈 애들이 수평조직이랍시고 설치는 것도 싫고 크고 작은 일의 권한의 범위를 설정하는 문제에 있어서도 골치가 아픈 것 같았다. 


나는 (뜬금없이) 외고 출신이지만 고교평준화를 찬성하는 사람이다. 필요하다면 특목고나 자사고를 다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모교가 사라져도 내 자녀를 위해 그래야 한다고 본다. 그런데 공부 잘하는 애들을 보니, 특목고에 다니던 일반고에 다니던 그냥 잘한다. 서울대 1등 먹고 들어간 내 친구도 일반고 나왔다. 


회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비즈니스 모델이 잘 갖춰져 있으면 누가 와도 일을 잘한다. 조직 디자인이 잘 돼 있어 R&R이 명확하면 역시 누가 와도 일을 잘한다. 그런데 진짜 뛰어난 인재는 수평조직이던 꼰대들이 들끓는 조직이던 어디서든 성과를 낸다. 나는? 역량이 너무 뛰어나 어디서도 잘하는 스타일은 일단 아니다. 조직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는 스타일인데 수평조직을 가본 적이 없어서 수평조직에서는 어떤지 모르겠다. 


그리고 수평조직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기는 한가 싶다. 임직원 모두가 같은 수의 주식을 가지고 있지도 않은데 수평조직이라니 그 자격은 무엇을 근거로 주어지는 건가. 직급, 직책 없애고 영어 이름 쓰고, 심지어 반말로 대화하더라도 그것이 수평 조직이라고 할 수 있나? 


조직의 고루함 때문에 회사에 아이디어가 돌지 않고 의견이 왜곡되고 프리라이더(free rider)들이 생겼다면 그것을 바로 잡을 방법은 수평조직 말고도 많을 것 같다. 오히려 위계가 강한 조직이 더 빨리 해결할 수도 있다. 


그들의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부서간의 역할이나 개개인의 역량차이에 의해 조직은 역학관계가 생길 수 밖에 없다. 그런 자연스러운 관계가 기업 발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경우, 해결책으로 수평조직을 만들고자 하는 회사들이 많은 것 같다. 수평적인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수평조직이 되려면 모두 똑같이 중요한 조직이어야 하고, 모든 구성원이 일정 수준 이상일 때라야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개개인에게 어느 정도 권한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해 가장 간단한 방법은 비용이나 기대 매출의 크기 등 영향력을 고려해서 정해보는 것이다. 회사마다 상황이 다를 테니 이것 이상으로 내가 답하기에는 어려운 것 같다” 


나는 그 동안 부당한 지시에는 저항하는 편이여서 나름 수평적인 조직에서 근무하는 것과 별차이 없었던 것 같긴 하다. 위도 아래도 다 같은 사람인데 합리적으로 설명하면 대체적으로 옳은 결정을 하는 것 같다.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빨리 그 회사를 나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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