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면접: ‘나’는 누구인가
진짜로 왜 이직을 많이 하시나요?
내게 이직하는 이유를 묻거나 하나만 꼽으라고 물어보면, 대답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퇴사하는 이유를 정리한 문서가 A5 5장인데, 모든 이유를 다 말할 수도 없고 하나만 고를 수도 없는 일이었다.
보통 회사에 기대감을 가지고 입사해서 얼마 지나면 단점들이 보이고, 그것들이 해소되고 그럼 다시 잘 다니고, 또 다른 부정적인 면들을 알게 되고, 해결되지 않아도 그냥 지나가고 잊혀졌다가 같은 일이 반복되면 다시 생각나고 이런 생활이 일반적인 것 같다. 한가지 사안 때문에 홧김에 퇴사하는 일은 잘 없다. 참고 참고 참다가 어느 선을 넘었을 때도 또 견디다가 인간의 인내심에 경의를 표할 때쯤 퇴사를 하게 된다.
그런데 질문이 또 들어왔다. 그런데 느낌이 좀 달랐다. 공손한 목소리로 내 퇴사 이유를 진심으로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많이 들어보셨던 질문이시겠지만 저도 한번 여쭤볼게요. 퇴사나 이직하는데 당연히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정말 ‘이것 때문이다’라고 하실 만한 이유를 한 가지만 말씀해주신다면요”
이 회사의 인사 담당자는 ‘당연히’라는 단어를 사용할 줄 알았다. 위 문장에서 ‘당연히’를 빼면 상당히 건조해진다. 이런 화법이 공손한 톤앤매너와 함께 어우러지면 그 느낌은 몇 배 달라진다.
“역시 여쭤보실 것 같아 저도 다시 한번 고민을 해봤습니다. 최근 몇 번의 이직은 ‘리더십’에 대한 고민인 것 같습니다. 팀장답지 않는 팀장, 혼자만 뛰어난 실장, 철학이나 능력이 부재한 대표. 이런 것들이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회사 다 똑같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찾고 있습니다. 함께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회사와 리더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톤앤매너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변을 해드렸다. 솔직한 답변에 인사팀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솔직함이 문제가 됐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고 우리가 보편적으로 ‘좋다’라는 기준 조차도 회사마다, 사람마다, 조직마다, 사회마다, 정치 성향에 따라 혹은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꽤 큰 차이가 있다. ‘리더십’도 마찬가지이다. ‘리더십’은 리더가 아닌 조직 내에 다른 누군가가 확신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이다. 경영에서 상당히 중요한 영역이지만 어떤 리더도 모든 사람에게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한다.
나를 채용하는 것에 우려가 됐는지 우회적으로 추가 문의가 있었다. ‘네가 만약 합류해서 우리 리더와 호흡이 안 맞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내가 줄곧 그래왔듯 ‘맞지 않으면 떠난다’고 말했다. 리더와 붙어서 일하는 PR담당자가 서로 맞지 않으면 내가 떠나는 것이 맞지 않은가?
내가 이렇게 말하면 회사에 들어와 어떤 노력도 하지 않다가 훌쩍 떠날 것 같은가 보다. 나는 전형적인 ‘예스맨’이다. 시키면 한다. 가끔 시키기 전에도 필요한 일을 스스로 해버려 이쁨도 받고 미움도 받는다. 예민하고 민감하기가 이룰 말할 수 없어 누군가의 기분 살피는 것도 능하다. 심지어 기분을 풀어주려고까지 한다. 떠나는 것은 이런 노력을 더 이상 할 수 없거나 하고 싶지 않을 때다.
이런 얘기를 하면 ‘스스로 리더가 되면 어떠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다. 누구나 각자만의 독특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나도 내 것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있다. 어떤 부분에서는 리더의 역할을 하면서 내 리더십을 키우고 또 발휘하고 있다. 다만, 시대적인 이유를 포함에 정말 여러 가지 이유로 의사결정자를 보좌하는 것이 내 리더십의 방향이라 생각하고 살고 있다.
결과는 불합격. 그래서 지금도 나는 나의 리더를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