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장 자기소개서(2) 업무중심으로 기술
기사는 기자가 쓰는 것
기자와 PR담당자의 일은 다르다. 기사 가치가 있는 아이템을 찾고 글로 쓴다는 점에서 일하는 방식은 비슷할 수 있다. 그러나 기본적인 관점이 다르다. 언론의 사회 비판 기능과 기업의 이익 극대화 노력은 서로 대척점에 있다. 물론 언론에서도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알리는데 발벗고 나서준다. 다만 기업의 관점은 아니다. 기업에서 본인 메시지만 내고 싶으면 광고를 하면 된다.
자사에 유리한 기사를 내는 것이 잘하는 홍보라는 견해를 가진 홍보인들이 있다. 회사에서 월급 받는 입장에서 그러한 눈에 보이는 역할이 필요한 것 인정한다. 그런데 가끔 오바(?)를 한다. 회사에 필요한 기사를 말 그대로 찍어내라는 것이다. 본인은 급한 성격이니 오늘 지시하면 내일 아침에는 네이버 뉴스 검색에 그 기사를 봐야 한단다. 그게 본인 속도라나. 내가 기자도 아니고 ‘그래 뭐 못하면 내가 능력이 없다고 생각하고 말겠지’ 싶어서 정도껏 하려고 노력했다. 나는 매번 해내지 못했으나 그 분은 항상 그것을 해냈다. 그럴 때마다 그건 일을 잘하는 것이지 좋은 홍보인은 아니라고 수 없이 되뇄다.
언론에 자료를 피칭할 때 아이템을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게 완성된 자료 형태로 제공한다. 종종 업계 이야기를 다룬 자료는 민망한 경우가 있는데, 자료 자체를 기자에 빙의해서 쓰기 때문이다. 내 견해나 관점은 내 것이다. 단어나 문장, 조사의 미세한 쓰임도 내가 원하는 목적에 맞춰져 있다. 그것을 그대로 작성해 기자에게 보내는 것은 아직도 어색한 일이다. 왜냐하면 직업의 고유한 가치를 침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게 일을 하는 것이 서로 편하고 빠를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오래 전부터 신문지면을 경외했던 사람이었기 때문에 그들의 영역에 침범하는 것이 영 어색하다.
한번은 원하는 피칭 자료를 만들기 위해 증인(?)을 섭외한 적도 있다. 당시 기사에 낼 만한 마땅한 사례나 사람이 없어서 포기했다. 내 생각에 이 프로세스는 완벽히 기자가 하는 일이었다. 기자가 해당 내용을 취재하기 위해 요청한 경우 이러저러한 수소문을 해 사례를 찾아본 적은 있어도, 이번 건은 어색했다. 결국 진행되지 못했는데, 하도 아쉬워 기자 미팅 때 이 내용을 말했다. 그랬더니 날카로운 기사가 그 다음날 올라왔다. 내 얘기를 듣고 기자가 해당 내용을 취재해서 쓴 것이다.
기업에서 브랜드 저널리즘도 한다고 하고, 기자 출신도 많이 기업으로 들어와 있다. 기업들도 스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역량을 갖춘 것이다. 대다수의 홍보인들 역시 기사를 쓰는데 무리가 없다. 문제는 관점이고 기사를 작성한 사람의 소속이다. 회사 내부의 사람이 회사에 도움되는 글을 쓰면 홍보 자료다. 기자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글을 쓰면 기사다. 그러니까 기사는 기자가 작성하는 것이다. 내부에서 작성하면 콘텐츠다.
몇 년 전 브랜드 저널리즘이라는 단어가 유행하면서 다수의 마케터나 홍보인들의 숨통을 꽤나 틔워준 것 같다.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는데, 팔기 좋은 개념 하나가 뚝 떨어졌으니 말이다. 브랜드 저널리즘은 철학이 있는 브랜드의 관점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면 꽤 매력적인 커뮤니케이션 활동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회사에 잘 보이고 싶은 마케터가 컨텐츠 마케팅 한답시고 우려먹는 개념으로 전락하거나 홍보인의 자리보전용 아이템이면 난 반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