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이 나를 망치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된 순간

두려워하지 않기로 한 뒤에야 알게 된 사실

by 민힐러

예전의 나는 감정을 참 많이 두려워했다.
특히 이유를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 앞에서 더 그랬다. 슬픔이 길어지면 이 상태가 나를 집어삼킬 것 같았고, 분노가 올라오면 이 감정 때문에 관계를 망쳐버릴까 불안했다. 불안해지는 날엔 ‘이러다 아무것도 못 하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늘 감정을 통제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감정은 정리되어야 했고, 빨리 제자리를 찾아야 했으며,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되는 존재처럼 취급됐다. 감정이 올라오면 나는 습관처럼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 정도로 힘들 일은 아니야.”
“다들 이 정도는 참잖아.”
“지금은 버텨야 할 때야.”


그 말들은 겉으로 보면 나를 다잡는 말 같았지만, 사실은 감정을 외면하는 말이었다. 감정은 그렇게 번번이 밀려났고, 나는 아무 일도 없다는 얼굴로 일상을 이어갔다. 웃고, 일하고, 약속을 지키면서도 마음 한편은 점점 무거워졌다. 괜찮은 척이 늘어날수록, 진짜 나는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감정을 더 이상 눌러둘 힘이 남아 있지 않던 날이 왔다. 특별히 큰 사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하루였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이유를 찾으려 해도 딱 집히는 건 없었고, 숨이 막히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했다. 예전 같았으면 이 상태를 빨리 끝내려고 애썼을 텐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그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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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이름으로 살아가며 글과 기록을 통해 정체성과 감정을 탐구하는 민힐러입니다. 감성 콘텐츠와 퍼스널 브랜딩을 다루며, 진심 어린 문장으로 삶을 치유하는 힘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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