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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민희 Nov 22. 2021

당신의 화분도 소우주가 되길 바래요!(2편)

보통의 화분은 물 빠짐을 위해 밑에 구멍이 있다.  한데 교육장에서는 구멍이 없는 화분을 쓴다. 이마저도 사서 쓴다는 게  그리 쉽지가 않다. 대부분 밑에 구멍이 난 화분을 당연시 여기니깐, 구멍 없는 화분을 찾기도 구매도 어렵다. 그럼에도 교육장에 보존되는 작물의 화분은 평소 우리가 보는 화분과는 다르다. 선생님께서 구멍 없는 화분을 찾는 이유는 화분에 담긴 식물이나 나무에게 물을 줄 때, 물에 닿는 부분과 닿지 않는 부분에 존재하는 미생물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참고>  화분에 매일 물을 주는게 아니기에 대개의 경우 

                          ▷흙 속 습이 많은 곳은 혐기성 미생물이 서식하고,

                          ▷비교적 습기가 적은 건조한 흙에서는 호기성 미생물이 서식한다.  


흙 속이 혐기와 호기 상태가 서로 나눠졌을 때 즉, 화분에 물을 주고 물이 없어질 때쯤이면 혐기성 미생물은 죽는다. 그럼 그 흙 사이에는 호기성 미생물이 많아진다. 미생물이 한쪽이 많아진다는 것은 다른 쪽의 미생물이 죽음과 삶을 반복하며 흙에는 미생물 시체가 많아진다. 미생물 시체가 많아진다는 것은 식물의 먹잇감이 풍부해진다는 의미다. 마치 인간이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음식을 섭취하는 것과 같다. 

유기물은 미생물이 먹는 것이고, 미생물의 시체와 분비물인 무기물을 식물이 먹는 것이다. 식물은 무기물을 먹고 산다. 결코 유기물을 먹지 않는다. 이러한 흙 생태 원리에 착안해서 선생님께서는 번거롭지만 직접 화분을 보완하여 만들어 쓰고 계신다.  

구멍 없는 화분(왼편/오른편)과 검정 파이프(가운데)

구멍이 없는 화분이다. 보통 화분 아래 옆부분에 드릴로 물 빠짐을 위한 구멍을 뚫는다. 그리고 식물에게 물을 줄 때 흙이 다량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검정 파이프를 이 구멍 안에 끼워 넣는다. 이 검정 파이프를 화분 물구멍에 꽂아 넣는 것만으로도 흙이 물에 의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배수도 원활하게 해 준다. (이 검정 파이프 사이사이에는 약간의 칼집도 넣어주면 금상첨화.) 

보완된 화분에 흙을 채우고 나무, 작물을 심는다. 대부분 교육장에서 보존 관리하고 있는 나무와 작물의 화분 흙은 영양분도 거의 없는 임야 흙이다. 한데 신기하게도 선생님 손에서 자라고 가꾸어지면, 그 딱딱하던 흙이 부드러운 흙으로 변한다. 거기에 풀(자생초/잡초)이 나서 뽑으면 쉽게 뽑히는 데다가, 흙 향기가 마치 솔향처럼 향기로워서 자꾸만 맡아보고 싶어 진다. 마치 편백나무에서나 느껴지는 피톤치드 같은 향이 맡아진달까. 흙 속 미생물 원리를 모를 때는 신기한 일처럼 여겼는데, 자연과 흙의 생태 원리를 이해하고 들으니 자연이란 내가 알지 못하는 무궁무진한 신비함과 생명력을 갖고 있다는 걸 느꼈다. 


흙을 채우기만 한 화분(왼편)/ 흙을 채우고 물을 주고 난 화분(오른편) -흙 한 톨 나오지 않고 배수가 원활하다.

이제 흙을 채운 화분에 물을 준다. 이렇게 하면 화분의 검정 파이프 밑에는 혐기성 미생물이, 파이프 위에는 호기성 미생물이 서로 공존하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흙의 생태는 되살아난다. 이렇듯 본래 인간이 인위적으로 건들지 않은 자연 땅 속 원리도 이처럼 조화롭게 미생물이 공존되어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단지, 인간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해, 생태 순환이 파괴되면서 한국의 토양은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우리가 밟고 사는 땅도 위와 같은 원리로 순환되고 생태가 유지되어야 토양에서 건강한 먹을거리가 나온다. 


그런데 경운을 하게 되면 이러한 자연적 생태는 파괴된다. "한국 토양은 수많은 생명체들의 보금자리이다. 미래의 희망은 생태를 보전하고 자연을 아름답게 가꾸는 데에 있다. 그리고 토양에 해결 방안이 있다. 토양 경운은 자연을 크게 훼손하는 행위이며, 미세먼지를 발생시키고, 탄소를 배출해 지구의 오존충을 파괴한다. 화학 관행 농법이 행해지는 토양 속에는 미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 토양에 화학 독성 물질을 살포하면 건강 유지에 필요하고 대기의 탄소를 흡수하는 흙 미생물들이 죽는다. 경운을 하여 토양에 미생물들이 죽게 되면 미생물 시체들이 많아진다. 그럼 순간적으로 식물이 먹는 영양분이 많아서 식물이 잘 자라는 것처럼 보이지만, 경운과 화학물질로 죽은 미생물의 시체가 많아진다는 것은 곧 토양이 서서히 힘을 잃고 생기를 잃어가며 미생물의 복원이 어렵다는 의미다. 생기를 잃은 토양이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의 시간이 걸리고, 식물의 먹이가 되는 생기를 잃은 땅에는 미생물이 없으니 화학 물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화학 물질을 토양에 뿌리기 시작하면 토양을 살피지 않아도 한 동안 수확량을 늘릴 수 있다는 편리함에 사로잡히기 때문이다. 이렇게 토양의 질적 저하는 더 많은 비료를 투입해야 생산물을 얻는 악순환을 낳는다. 화학 물질 성분을 흡수하며 자란 식물을 사람이 섭취하면 인체에 발암 물질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된다. 화학물질이 토양 속 미생물을 죽이는 것처럼 우리 몸속 미생물을 죽이는 것을 넘어 인체 유전자를 변형시켜 인간도 변형의 위험도 초래할 것이다.  우리 식탁에 올라오는 대부분의 먹을거리가  화학 물질로 이루어진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


태평농 교육장에서 번거롭게 구멍 없는 화분을 만드는 이유는 한국에서 꼭 보존해야 할 식물 자원을 위하고, 땅의 생명을 소중히 지키고자 한다는 것을 이번 글을 쓰면서 한 번 더 깨닫게 되었다. 화분 속 환경은 시간이 점차 흐름에 따라 미생물이 서로 조화롭게 생성과 소멸하게 되면, 흙 속 혐기성과 호기성 미생물 사이에는 지렁이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 혐기성과 호기성 미생물이 섞여 미생물 시체가 많아지면 식물의 영양 공급도 풍부해지고, 흙의 생기도 살아난다. 한데 이러한 생태가 형성되지 않으면 주기적으로 분갈이를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식물도 죽고 흙의 영양 상태가 안 좋아지기 때문이다.  


지구 생태 환경을 보전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식물을 잘 관리해 토양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많은 식량을 생산함과 동시에 토양을 파괴하지 않는 방법이 바로 무경운이다. 무경운은 땅을 아예 갈지 않고 바로 작물을 심는 것을 말한다.  한국 토양의 경운을 줄여야 한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무경운 생태 농업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무경운 파종기는 세계 어디서나 살 수 있는데 유독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드니 안타까울 일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토양은 수 없이 많은 생명을 낳지만, 경운 된 농지는 그 안의 생명력을 모두 잃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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