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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희 Nov 25. 2021

체더 치즈 만들기의 시작, 커드가 되기까지

Cheddar cheese, Quickes Traditional

새벽 5시, 울려대는 알람에 이불을 걷어냈다가 훅 밀려드는 한기에 놀라 다시 덮었다. 전기요가 없었다면 어떻게 버텼을까, 유럽의 집들은 정말 춥다. 더구나 메리의 집은 돌로 지어진 데다 내 방에는 벽난로까지 있어서 굴뚝을 통해 바람이 숭숭 들어왔다. 오들오들 떨며 옷을 챙겨 입고 자동차에 올랐지만, 차도 꽁꽁 얼어있었고 9월 초가을 추위를 막기엔 오리털 점퍼는 역부족이었다. 


깊은 숲 속에 위치한 메리의 집에서 치즈 농장까지는 자동차로 10분 거리였지만 이날 처음으로 혼자서 찾아가는 길이었기에 출발 전부터 걱정이었다. 메리의 자동차를 타고 함께 지났던 길을 머릿속으로 그려보며 조심스레 길을 나섰는데, 다행히도 헤매지 않고 치즈 제조 시간에 늦지 않게 도착했다.      


체더치즈 제조는 새벽 5시 45분 우유가 배트에 채워지면서부터 시작된다. 젖소에게서 아침저녁으로 짜낸 우유는 냉장 탱크에 담겨 있다가 사용 직전에 85℃에 12초간 살균한다.( **이 내용은 뒤에 레드레스터의 비살균 우유에 상세히 서술됨. 우유의 살균은 0도에서 85도가 될 때까지 데우는 것이 아닌 85도로 데워진 파이프에 우유를 12초간 통과시키는 것으로 굽이굽이 늘어진 파이프에 우유가 들어가서 나오는 데 12초가 걸리는 것이다. 75도 이상에서 살균하는 것을 고온 살균이라 한다.)이 후 파이프를 통해 배트로 옮겨진다. 이날 체더 치즈를 만들기 위해 사용된 우유는 무려 3,450리터. 27kg짜리 체더 치즈를 14개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고 했다.     


치즈 제조의 시작인 균류 넣기 즉 스타터를 넣기 전에 먼저 우유를 31.7℃까지 데운다. 31.7℃는 소 위장 온도다. 어떤 우유든 스타터를 넣기 위해서는 소의 위장 온도에 맞춰 데운다. 대부분 미리 유축해 냉장 보관해둔 우유를 사용하기에 온도가 너무 낮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치즈 제조 농가에서 아침에 짠 우유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보긴 했지만 대규모 제조장에서는 우유 사용량이 많아 아침에 유축한 우유만으로는 제조가 어렵다. 퀵스에서 사용하는 우유가 85℃에서 살균 과정을 거친 것이긴 하지만 순간 살균이기에 온도가 높아지진 않았고, 따로 데우는 과정이 필요했다.     

치즈의 발효를 도와주는 스타터를 넣는 모습. 작은 양동이에 물과 스타터를 섞어 우유에 부어 준다. 스타터가 우유 전체에 잘 섞이도록 천정에서 부착된 자동 교반기가 우유를 젓고 있다

스타터를 부어준 뒤 10분이 지나면 레닛을 넣고 3분간 잘 저어준 후, 1시간쯤 그대로 둔다. 퀵스에서는 두 가지 종류의 스타터를 쓴다. 하나는 얼어 있는 스타터를 바로 우유에 바로 넣고, 다른 하나는 우유 10갤런(37.8리터)에 스타터를 풀어 넣어 요구르트처럼 만든 후에 사용한다. 한 종만 사용할 경우 균이 공기 중에 떠다닐 수 있고 균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타터는 치즈가 발효할 수 있게 도와주는 균류로서, 어떤 스타터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즉 어떤 균류를 사용하는지에 따라 치즈의 풍미가 달라진다. 때문에 퀵스에서는 덴마크 회사의 동일한 스타터를 계속 사용한단다. 균일화하여 판매하는 스타터가 없던 오래전에는 치즈 제조자들은 산도가 높은 우유(상온에 두어 박테리아를 미리 배양해 산성도가 올라간 우유, 즉 자연 발효된 상태)를 사용하거나 전날 치즈를 만들며 나온 훼이를 하룻밤 상온에 두어 균을 더 배양한 후 사용했다. 수년 전 이탈리아의 치즈를 보러 다닐 때 파르미자노 레지아노 농장에서 전 날 치즈를 만들며 나온 훼이를 숙성시켜 스타터로 사용하는 것을 본 적이 있는데, 이처럼 유럽의 치즈 농가들 중에는 여전히 스타터를 전통 방식으로 만들어 사용하는 곳들이 남아 있다. 단, 규모가 큰 퀵스는 체더 이외에 몇 가지 치즈를 만드는 반면, 소규모 농장은 단 한 가지 치즈만을 제조하기에 만들어 쓰는 스타터가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우유를 응고시키는 레닛을 넣는 모습. 레닛을 넣으면 우유 응고가 진행되기에 전체를 빠르게 저어 주어야 한다. 레닛을 넣고 1시간 정도가 작업자들에겐 휴식시간이 된다.

레닛을 넣은 지 1시간이 지나면 커드가 형성된다. 이 커드를 잘라주면서 훼이를 배출한다. 커드 나이프로 커드를 20초가량 휘저은 후 5분간 내버려 둔다. 조각난 커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커드 속 훼이가 빠져나간다. 5분이 지나면 다시 1시간 동안 아주 천천히 배트를 데워 온도를 41.5℃까지 올리면서 커드가 쌀알 크기가 될 때까지 나이프로 계속 저어준다.     

푸딩처럼 응고된 커드를 잘라주는 과정.  천정에 설치된 자동 교반기에 커드 나이프를 끼워 베트 전체의 커드를 잘라 준다.

커드를 자르기 전, 치즈 메이커 앤디가 나를 불러 커드의 응고 상태를 보여주었다. 자르기 전의 거대한 커드는 단단하고 따뜻한 푸딩 같았다. 앤디는 커드 속에 손을 넣어 손가락 하나를 들어 올렸을 때 커드가 결을 따라 매끈하게 갈라지면 커팅하기 좋은 상태라고 했다. 나는 손바닥을 세워 커드 속에 집어넣은 후 손가락 하나만 살짝 들어 올렸다. 부드럽지만 단단하게 뭉쳐 있는 커드가 정말 선을 그어 자른 것처럼 깨끗하게 갈라졌다. 손의 감촉으로 커드 상태를 알아보는 새로운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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