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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희 Sep 27. 2021

농장 치즈를 구입하는 방법

닐스야드 데어리의 치즈 구입법

 메리의 집에서 주말을 보낸 후 처음으로 퀵스 데어리에 가던 날 아침, 그녀는 내게 치즈 제조장은 다음에 보고 먼저 런던에서 오는 사람들과의 미팅에 함께하자고 말했다.


 “치즈를 구입하러 오는 거예요. 런던의 닐스야드 사람들인데 숙성창고에서 직접 테이스팅을 하면서 치즈를 고르는 과정은 쉽게 볼 수 없는 일이니 앞으로 치즈를 공부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뜬 채 런던의 그 닐스야드 데어리가 맞는지 물었다. 영국 치즈에 눈뜨는 데 도움을 준 그 닐스야드 데어리라니. 그곳에서 본 치즈 덕분에 농장을 찾아다니게 된 것인데, 이 시골 농장에서 닐스야드를 다시 만나게 될 줄이야.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묘했다.

 닐스야드와의 미팅은 퀵스에서 제일 큰 치즈 숙성실에서 이루어졌다. 수만 개의 치즈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켜켜이 쌓여 있는 퀵스의 치즈 숙성실은 거대했고, 낮은 온도와 높은 습도로 인해 묵직하고 퀴퀴한 곰팡이 냄새가 쌓여있는 치즈만큼이나 가득했다. 세 명의 닐스야드 스태프는 이미 도착해 있었고 퀵스의 재무 담당자, 숙성고 관리자, 메리, 나까지 일곱 명은 간단한 인사를 나눈 후 테이블 하나 없는 황량한 창고 한가운데에 서서 얘기를 시작했다.

닐스야드와의 미팅은 퀵스에서 제일 큰 치즈 숙성실에서 이루어졌다. 수만 개의 치즈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켜켜이 쌓여 있는 퀵스의 치즈 숙성실은 거대했다.

 이날 닐스야드 데어리가 구입하려는 건 크리스마스에 미국에서 판매될 18개월 숙성의 체더치즈라고 했다(체더치즈의 최소 숙성 기간은 9개월로 18개월 숙성 치즈는 꽤 묵직한 맛을 가지게 된다). 퀵스의 재무 담당자는 생산 날짜별로 치즈 재고를 정리한 커다란 노트를 펼쳐들고 테이스팅 범위를 정했다. 


 “이날 생산된 것부터 이날 생산된 날까지의 치즈를 보도록 하죠.”


 노트에는 치즈를 만들 때 사용된 우유는 물론 스타터, 레닛, 심지어 몇 번째 배트에서 만들었는지까지 치즈마다의 이력이 상세히 적혀 있었다. 재무 담당자가 테이스팅 할 치즈를 선택하자 숙성고 관리자가 수많은 치즈들 사이로 들어가 치즈 아이언으로 샘플을 떼어 왔다. 가느다란 소시지처럼 둥글고 긴 모양으로 나오는 치즈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엄지 끝으로 자르듯 조금씩 떼어냈다. 그리고 엄지와 검지로 치즈를 꾹꾹 눌러 질감을 확인하면서 향을 맡았고 마지막으로 맛을 봤다.

 테이스팅 할 치즈가 선택되면 숙성고 관리자가 수많은 치즈들 사이로 들어가 치즈 아이언으로 샘플을 떼어 왔다.
치즈 아이언 속 가느다란 소시지처럼 둥글고 긴 모양으로 나오는 치즈를 한 명씩 돌아가면서 엄지 끝으로 자르듯 조금씩 떼어냈다.
닐스야드 스테프인 그녀는 테이스팅 하는 치즈들을 커다란 노트에 꼼꼼히 적었다.


 그들을 따라 나도 치즈 아이언에서 치즈를 떼어내려 했는데 숙성고의 낮은 온도로 인해 치즈는 돌덩이처럼 굳어 있었다. 지방과 단백질로 이루어진 치즈를 제대로 맛보기 위해서는 먼저 차가운 치즈의 온도를 높여야 한다. 치즈를 떼서 엄지와 검지로 힘껏 눌러주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단단한 치즈는 처음엔 부서지듯 깨지다가 손의 체온에 의해 점점 지방이 녹으면서 찰진 반죽같이 말랑해진 뒤 본래 질감을 드러낸다. 이때 치즈를 입안에 넣으면 숙성 치즈만의 풍미가 가득 차오른다.


 닐스야드의 스태프들은 치즈들을 맛볼 때마다 커다란 노트에 상세히 메모했고 동시에 퀵스의 재무 담당자 역시 노트에 테이스팅 내용을 꼼꼼히 기록했다. 노트에 메모하느라 손이 바빴다고 해서 침묵이 내려앉은 분위기는 아니었다. 사람들 모두 자신의 의견을 바로바로 말했다. ‘조금 전 치즈보다 풍미가 진하다, 약하다. 맛이 묵직하다, 숙성이 건조하다’라고 말이다. 테이스팅이 모두 끝나면 작성한 노트를 기준으로 원하는 치즈의 재고를 확인한 후 필요한 양을 주문한다. 이렇게 치즈 구입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날 미팅에서는 제조 날짜가 각기 다른 체더치즈 50여 가지를 테이스팅 했다. 닐스야드 데어리가 구입한 원통형 그대로의 체더치즈는 200여 개, 중량으로 치면 약 7톤에 달했다. 선별된 치즈들은 전부 14개월 숙성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판매될 때 18개월 숙성 치즈가 되도록 시기를 맞춘 것이었다(크리스마스까지는 4개월이 남아 있었다). 그날 맛본 50여 가지의 치즈는 놀랍게도 조금씩 다른 맛, 다른 향을 갖고 있었다. 제조 날짜가 겨우 하루 이틀 차이가 나는 치즈들임에도 전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던 게다. 

 하얗게 입김이 나오는 숙성고에서 두 시간 동안의 테이스팅이 끝나자 몸은 나무토막처럼 굳어버렸지만, 메리가 말했듯 수천 개의 치즈 가운데 최고의 풍미를 가진 치즈 찾기는 어디서도 못 해볼 귀한 경험이었다.      




치즈 아이언

치즈를 테이스팅 할 때 사용되는 도구가 치즈 아이언이다. T 자 모양에 쇠로 만든 봉이다. T의 머리 부분이 손잡이인데, 이것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워 잡고 작은 파이프가 반으로 잘린 듯 생긴 기다란 아랫부분을 치즈에 찔러 넣어 한 바퀴 돌리면 치즈가 빠져나오게끔 만들어졌다. 치즈가 잘 발효되었는지 속의 깊은 부분까지 상태를 확인하는 데에도 사용한다. 아이언에 의해 치즈가 소시지 모양으로 동그랗고 길게 빠져나오면 가운데 부분은 테이스팅을 하고 껍질에 가까운 끝부분은 다시 치즈에 꼽아 구멍을 막는다. 그러면 중간의 빈 공간은 시간이 지나며 치즈가 자연스레 밀려들어가 채워진다. 치즈를 맛보는 도구라고 해서 치즈 트라이어(Cheese trier)라고도 하는데, 치즈의 크기에 따라 T의 아랫부분이 길게 디자인되기도 하지만 한 뼘 길이가 가장 흔하게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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