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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민희 Dec 10. 2021

사진으로 보는 체더치즈 체더링

Cheddaring, making of Cheddar cheese

영국 치즈의 대표적인 전통 치즈 제조 과정인 체더링은 치즈 하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을 만큼 많은 노동력이 들어가는 과정이다. 이 체더링을 보기 위해 영국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나는 체더링을 며칠간 집중해서 촬영을 하며 관찰했다. 그 어느 자료보다 체더링에 관해 제대로 된 내용을 쓰고 싶었고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최대한 쉽게 풀어내고 싶었다.

앞선 글이 체더링에 관한 설명문이었다면 이 과정 사진은 직관적으로 체더링을 이해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했다. 체더, 우리가 알고 있는 체더는 이렇게도 많은 정성이 들어간 치즈임을 알리고 싶었다.

알갱이 커드를 배트의 양쪽으로 나눈 뒤 기다란 스테인리스 나이프를 깊이 찔러 가로세로 방향으로 칼집을 넣는다. 부서질것 같아 보이는 커드는 블럭으로 굳어 하나씩 뒤집을 수 있다.
체더링의 1차 완료 모습. 알갱이 커드가 블록이 되었다.

체더링의 1차, 커드를 블록으로 만든 뒤 작업자들은 나이프를 들었다. 다시 커드 블록을 반으로 자르고는 이를 2단으로 쌓는다. 이쯤에서 훼이가 빠져나가도록 두고 쉬는 시간을 가지는가 싶었는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블록을 반으로 잘라서 위로 쌓자 베트안에 공간이 생겼고 작아진 블록들은 아까와 마찬가지로 뒤집히며 배트의 오른쪽에서 왼쪽 방향으로 혹은 반대 방향으로 옮겨지고 쌓아지기를 반복했다.




반으로 잘린 커드 블록을 2단으로 쌓고 다시 맞은편의 커드 블록들까지 그 위에 쌓았다. 양쪽으로 나뉘어 있던 블록들은 한편에 몰려 쌓이게 되었다.


양쪽으로 나뉘어 있던 커드 덩어리들을 한쪽으로 몰아 쌓았다. 이렇게 하니  커드는 6단 높이까지 되어 맨 아래의 커드는 더 힘 있게 눌렸다. 작업을 20여 분간 계속하자 벽돌처럼 반듯했던 커드 블록들은 서로가 서로의 무게에 눌려 옆으로 퍼지기 시작했고 나중에는 밀대로 민 밀가루 반죽처럼 넓게 퍼졌다.

도대체 이 작업이 언제 끝나는지 묻자 작업자들은 “훼이가 모두 빠져나갈 때까지”라고 했다. 일반적인 커드를 다룰 때보다 몇 배의 노동력이 들어가는 어려운 과정이었다. 정말이지 커드를 뒤집고 위치를 옮겨 또 뒤집는 동안 훼이는 끝없이 졸졸졸 빠져나왔다.     

마침내 체더링 작업이 끝나자 앤디가 나를 불렀다. 그는 널따랗게 퍼진 커드 덩어리의 표면을 엄지와 검지로 얇게 집어 뜯어내며 단면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닭가슴살처럼 결이 형성되면 체더링이 잘된 거예요.”

떼어낸 커드를 만져보니 제법 탄성이 있어 잡아당기면 고무줄처럼 늘어날 듯했다.


 거대한 분쇄기(Cheese mill)가 들어오고 배트 한가운데에 소금이 가득 찬 양동이가 놓였다. 이번에 할 작업은 넓게 퍼진 커드 덩어리를 분쇄기에 넣는 것이었다. 분쇄기를 통과한 커드는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에 불규칙한 모양으로 갈려 나오는데, 이때 두 사람이 커다란 쇠스랑으로 갈린 커드를 뒤집는다. 동시에 미리 준비해둔 소금을 골고루 뿌리는데, 소금 비율은 치즈 무게의 2.5%다.



 분쇄 작업이 끝나자 이번에는 배트 앞에 커다란 선풍기가 세워졌고, 작업자들은 쇠스랑으로 갈린 커드를 골고루 뒤집기 시작했다.     

“아직 커드가 따뜻해서요. 커드 온도가 23℃까지 내려가야 몰드에 넣을 수 있거든요.”

드디어 커드 온도가 23℃로 내려가자 배트 옆에 체더치즈용 몰드가 준비됐다. 깊은 원통형의 스테인리스 몰드의 무게는 11kg이나 됐다. 그 안에 흰 천을 깔고 28kg의 커드를 채워 넣어야 했는데, 체더링으로 인해 탄성을 갖게 된 커드는 아무리 눌러 넣어도 스펀지처럼 튀어나왔다.

커드 무게까지 더해져 39kg이나 된 몰드가 층층이 쌓여 전기 압축기에 들어갔다. 압축기가 작동하자 몰드들 사이로 훼이가 졸졸 흘러나왔다. 몰드는 이렇게 남은 훼이를 끝까지 빼내며 압축기에 눌린 채 24시간을 보낸다.


치즈 농장에서 가장 중요한 일과 중 하나는 밀크티 마시기였다.

쉬는 시간이 되면 작은 싱크대 위로 일하는 사람 수만큼의 머그잔이 준비되었고

팔팔 끓어오른 전기 주전자의 물을 각각의 잔 속에 홍차 티백이 잘 우러나오도록 부었다.

그리곤 진한 붉은빛의 홍차가 우려 지면 그 위로 냉장고의 우유를 꺼내 부으면 홍차는 밀크커피와 같은 색으로 변했다.

팔팔 끓어 입을 데기도 어려울 홍차는 더해진 우유로 바로 마실 수 있는 온도가 되었고 사람들은 우르르 머그를 하나씩 들고 밖으로 나갔다.

이르게는 새벽 5시부터 일을 시작하는 치즈 제조장의 그 습한 공간을 빠져나와

누구는 담배를, 누구는 스마트 폰을, 누구는 그냥 멍하니 바깥공기를 쐬며 시간을 보냈다.

다들 똑같이 하얀 고무장화를 신고 똑같이 밀크티를 마시던 치즈 농장의 휴식시간.

-2013. 9월 영국 남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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