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2018.12.02. 23:54
일요일 저녁 9시가 넘어 월악산의 산장에서 카톡이 왔다. 꽤 간만의 연락이다. '요즘 잘 지내고 계세요? 오랜만에 안부 인사.. 요즘 마음놀이는 잘 하고 계시지요?' 포털사이트에서 안부를 검색해본다. '최근에 책이 나왔네요?' '일전에 쓴 거 개정판이에요.'
"토요일 아침에 신화 강의에 갔는데 사람이 100명넘게 왔어요. 세상에."
"신화는 무의식의 이야기라서 사람들에게 울림이 클거에요."
다음주에 해야할 일들 정리정돈 해야하는데 글쓰기의 쾌락을 즐기다가,
주제를 적고 나서 나타난 그의 카톡에 친구를 떠올린다.
전화를 걸었다.
리. 60대의 백발 노신사. 두들종의 개 '바비'와 함께 목공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2001년쯤 일하던 잡지사 취재를 하다가 만났다. 어느덧 18년의 인연.
여러 이야기들을 나누다가 12월에는 밥한번 먹자는 이야기로 통화를 마쳤다. 58분 23초.
1년에 한두번쯤 연락하는 사이인데 이렇게 오래 인연이 지속되는 게 신기하다.
오늘 처음 서로의 나이를 이야기했다.
20년이 넘는 시간이 우리 사이에 존재했다. 우와.
그는 내가 그렇게 어릴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한다.
나의 이십대는 알다시피 노숙했다. ㅎㅎㅎ
곧 은퇴해 캐나다에 갈 계획이라고 한다.
얼굴을 자주 보는 사이가 아닌데도 섭섭했다.
그와 내가 공동의 관심사로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는 주제가 이토록 오랜 유대감을 유지시켰던가.
공동의 관심사가 친구를 만든다.
내가 나이 많은 이들과 친구가 되듯.
나에겐 어린 친구들이 여럿있다.
스물여섯 다나는 아주 당돌한 친구다.
처음부터 언니라고 부르더니 아주 얼척없는 얘기를 하면서도 눈하나 깜짝 안한다.
나도 강언니를 만났을 때 그랬겠다 싶어 얘가 관심에서 놓아지지 않는다.
마음 깊이 의지하는 베프는 단연 Y언니다.
화서역에 처음 나가 자취라는 것을 시작했을 때 언니도 새롭게 시작한 도전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며
내게 편지를 적어 비타민 한알과 함께 우편을 부쳤었다. 우리 같이 힘내자며.
그게 너무 감동적이어서 그 후 나는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소소한 것들 선물하곤 했다.
근데 내가 받았던 만큼의 왕창 감동 피드백은 별로 없었다는 게 함정.
며칠 전 미국에서 의사면허 갱신으로 열공 모드라며 카톡과 함께 아기 동영상이 왔다.
그녀의 첫 출산은 우리 서로에게 얼마나 큰 감동이었는지.
다른 이의 행복을 경험하는 것이 사랑이다.
친구라는 이름의 사랑.
그래 친구는 사랑이다.
누군가의 행복이 와닿지 않고 무관심 혹은 부러움이나 질투가 될 때,
나는 아직 그 친구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알게 된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예수 탄생의 의미를 생각해보자면 나는 아직도 미천한 중생 수준.
또 한편
글쓰기방의 글 들속에서 공감하고 물들어가며 나는 요즘 사랑을 느낀다.
오 친구들이여.
12월의 우리에게 축복을 사랑을~
#사랑#친구#축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