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329 _
요즘 나는 문화촌 마을에 산다. 이곳에서 조금 더 인왕산 쪽으로 올라가면 개미 마을이 나온다. 이제 봄이 오고 있으니 다시 산책을 시작해야지. 개미마을을 지나서 나오는 인왕산 초입은 무척 아름답다.
성실과 끈기의 상징 '개미'. 어린 시절 나의 뇌속에 깊이 박힌 '개미와 베짱이'라는 동화(https://namu.wiki/w/%EA%B0%9C%EB%AF%B8%EC%99%80%20%EB%B2%A0%EC%A7%B1%EC%9D%B4)를 통해 개미는 옳고 베짱이는 나쁘다는 흑백 논리 속에서 꽤 오랜 시간 살았다.
어린 시절 아빠가 운영했던 인덕원 사거리의 '개미 부동산'에서 본 아빠의 모습은 분명 베짱이인데 왜 그렇게 상호를 지었을까? 궁금하긴 한데 얼마 전 아빠 자서전 만들겠다고 몇 번 질문했다가 까이고 물어볼 용기가 없다가 다시 끈기를 가지고 물어봤다.
"그때는 하도 같잖은 것들이 에이스니 엘리펀트니 하길래 나는 겸손하게 성실하게 하겠다는 의미를 가지고 시작했지. 에이스니 대륙이니 하는 애들이 나만 나타나면 왕개미 왕개미 그랬지."
전화로 진행된 짤막한 질의 응답. 며칠 간의 냉전이 걷히는 순간이었다. 해방 전에 태어나 국민학교때 625를 겪고, 현대사의 버라이어티한 청년기를 보냈던 아빠의 젊은 날은 늘 이런 식으로 경쟁과 전쟁이었구나. 70대 중반을 넘어선 아빠는 이제 노년기를 열고 계신다.
며칠 전 카톡으로 할담비 지병수님의 유튜브 링크를 보내드렸더니 '너무 날랑거린다'며 또 콧방귀. 그러나 나는 안다. 아빠에게 가득한 흥을. 그 흥을 물려받아 고음불가임에도 목청껏 노래 부르기를 좋아하고, 몸치임에도 20여년 온갖 춤을 끈기있게 배웠고 즐길 수 있었음을. 오늘은 아빠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