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만큼만 반려자에게 정성을 쏟는다면

by 로사 권민희

세상 사람들이 반려 동물에게 쏟는 애정과 관심만큼 반려자에게 애정과 관심을 쏟는다면 세상이 어떻게 바뀔까? 우리 사회의 신뢰도는 훨씬 높아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다.


어린 시절 우리집의 채널 장악력 1위 아버지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은 동물의 왕국과 바둑, 가요무대 등이었는데(아 일요일 아침 디즈니 만화와 어린이 프로그램 있었지. 아빤 유난히 만화를 좋아하셨다.)


TV 시청권력이 거의 0에 가까웠던 나는 빈대 붙어서 동물의 왕국을 유심히 보곤 했다. 그들이 소통하는 법, 번식하는 법, 생존하는 법이 주 내용이었던 만큼 소통, 번식, 생존이 내 머릿 속에는 인간들의 것보다 빠르게 입력되었다. 영상의 힘이란.

그래서 인간의 소통, 번식, 생존에 대한 것은 책 즉 문자를 통해 익혔는데 그 힘은 TV로 전달된 내용보다 미약했던 것이다. 우아하다는 표현을 떠올리면 재두루미의 걸음 걸이가 떠오르고, 용맹하다는 표현을 떠올리면 아프리카의 치타의 달려가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최근 모글리라는 영화도 개봉하는데 도시에서 동물의 왕국을 장시간 시청한 어린이들은 모글리의 기질을 이어받을 확률에 대한 연구를 해봐도 좋지 않을까?

지난 주말 문호리 딸기샘 집에서 리버마켓까지 걸어가는 30여분간 강물의 반짝임, 바람, 연둣빛 가득 품은 나무를 느끼며 한마리 동물이 된 것 처럼 기뻤다. 리버마켓 곳곳에도 그렇게 여유롭게 딩굴며 즐기는 한껏 멋을 부린 동물 가족들이 가득했다. 가끔은 사람일 때보다 동물로 있을 때가 편하다고 느낀다.

주말에는 채칼에 손을 베어 양수리종합의원 양수다정의원의 손길을 받을 때도 한마리 짐승이 소리를 지르듯 지혈과 소독을 했다.

월요일 아침 마음피트니스 프로그램 진행 후 그 맛있다는 양재 버드나무집 소고기국밥을 뚝딱 비웠는데 체해서 어제는 간밤에 독립문 세란병원 응급실에서 링거액을 꽂고 새벽 2시가 되어 귀가했다. 최근 펫보험이 생겨나고 있다고 하는데, 인간이라 다행인 것은 의료보험이 된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체기는 한해에 한 두번 겪는 일인데 살이 쪘을 때나 뭔가 마음이 비대해졌을 때 겸손을 배우도록 나타나는 병증같다.

그래서 오늘은 조용히 갑질 비슷한 주문에 무척 고요하고 겸허하게 응대할 수 있었던 것. 더 많이 나누고 베풀어야겠다. 사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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