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친구로부터 난 어떻게 기억되는가?라는 주제로 ㄱㅆㄱ를 하려고 오랜만에 친구들을 떠올렸다. 다들 한 두 개 갖고 있는 동창 단톡 방이 내겐 없었다. 싱글로 사는 일이 좀 그런 거 같다.
이번 기회에 연락 안 닿는 배미영, 김영선, 손희숙, 이주희 등등의 유치원에서 국민학교 때 베프들 생각나서 마음이 훈훈해졌다. 연락할 친구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중학교, 고등학교 친구 S와 Y에게 연락을 카톡으로 했다. Y는 단답형, S는 긴 글을 보내줬다.
학창시절을 권민희를 찾습니다.
오랜만이야 친구~^^ 최근 내가 참여하는 어떤 모임에서 학창시절 친구에게 글을 받아오는 주제가 생겼는데 누구에게 연락할까하다가 그대가 떠올라 톡을 보내봐. 짧은 글 부탁해도 될까?
장난끼 가득한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언제나 씩씩하게 이교실 저교실 교무실을 ㅋㅋ 종횡무진하던 권반장.. 고교동창 Y의 답신
아래 S양은 중학교 1학년 6반, 나는 11번 얘는 13번이었다. 중학교 입학할 땐 S가 나보다 컸다. 고등학교 때 좀 놀다가 스물한 살에 결혼해 대학생 학부형이 된 N양과 셋이 NSK라는 조직을 만들어 A양 집으로 놀러 가서 김치볶음밥을 해 먹곤 했지.
A양 오빠는 1살 위 같은 중학교 선배로 그 집에 가면 오빠들과 수줍게 마주치곤 했다. N양의 오빠는 공부 잘하는 고등학생이라 가까이하긴 너무 멀었다.
S양은 언니와 오빠가 있었는데 나이 차이가 꽤 있었고 막내였다. 그 아이를 통해 푸른 하늘을 알았고, 둘 다 집이 안양이어서 우린 버스를 타고 통학하며 친해졌다.
당시 Y군을 좋아하던 그 아이는 나보다 조숙하고 대담했다. 함께 도서관도 다니고, 서로의 아픈 이야기를 나누며 나는 그 애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꼈다. 마음으로 내가 많이 의지했다.
2학년 때는 반이 갈렸는데 그게 너무 슬펐다. 기반으로 늘 찾아가서 그 반에 친한 애들이 생길 정도. 하지만 속으로 늘 그 애 주변의 친구들을 질투했다. 3학년 때는 더 멀어졌는데 내 마음은 집착으로 괴로웠다.
고등학교를 다른 곳으로 가며 완전히 우리는 분리되나 싶었는데, 마음속은 늘 그 친구가 있었다. 사춘기 시절 느끼기 시작한 애착을 어디 둬야 할지 몰랐다. 시간이 오래 지난 뒤에야 그게 사랑이었음을 알았다. 덜 익은 첫 사랑.
고등학교 생활도 재미있게 했지만 나의 사춘기에 복잡한 감정들은 20대가 되어, 같은 대학교에 가면서 다시 함께 할 수 있을까 기대를 놓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나랑 다른 세상에 있었다. 공대에 몇 안 되는 여학생으로 인기를 구가했고, 일탈의 순간에 잠시 함께 할 수 있었다.
20대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언제였는지도 기억이 안 난다. 현아 결혼식이었나 세진 결혼식이었나. 첫사랑 느낌의 동성친구 S. 오랜만에 연락하니 너무 반갑게 맞아주어 낯설기도 하고 그때는 드러내지 못하고 무의식에 가라앉았던 쌉쌀한 감정들이 소환되었던 특별한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