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우재

당당하게 여자 혼자 상주되기

by 로사 권민희
홍제동성당 신부님 입덕예감

#홍제동성당 삼우미사

토요일 오전 10시 미사이니 10분 전에 도착하게 오라고 연령 회장님의 전화가 있으셨는데 늑장을 부려 1분 전 도착했다. 아~ 성당이 가득 차 있는데 맨 앞에 앉아야 되는 상황이 민망하고 쑥스러웠다. 게다가 아직 미사가 서투른데 뒤쪽을 돌아보면서 눈치를 살펴 미사를 드렸다.
신부님께서 어찌나 사이다 발언을 하시는지 활짝 웃었고, 빈 가슴에 기쁨이 차올랐다. 첫 만남이 좋다. 신부님 고맙습니다.
아빠의 삶의 방식으로 가시는 길을 잘 배웅하고 싶어 불자였던 내가 7월에 천주교에 입교해서 햇병아리가 되었다.
아버지 간병하며 주소를 나의 거주지로 옮기고 교적도 홍제동으로 옮겼는데 일면식도 없는 분들이 장례 과정을 정성껏 도와주셨다.
연도 입관 장례미사 발인 화장 장지까지 모든 순간이 좋았는데, 장지에서 돌아오는 길에 휴게소에서 함께 호두과자를 먹은 게 기억에 남는다. 혼자 사는 여자가 장례를 치르는 게 얼마나 압도되는 일인가. 말로만 속지주의가 아니라 행동하는 지역 공동체의 모습을 배우게 해 줘서 너무 감사하다.
삼우 미사를 마치고 안성 장지에 가는 길. 날씨가 너무 좋은데 마음이 이상하다. 좋은 마음으로 아빠를 보내드리겠노라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에서는 못한 게 더 많이 생각나는 이상한 프로그램이 작동되어서 패치를 작동시켜야겠다. 행복을 주문하니 좋은 소식이 온다. ㅎ 빠른 응답 감사합니다.


#정토회 서초 법당

행운은 내가 만든다.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 가기 위해 남부터미널역에 내린 김에 마음 한번 더 내서 정토회관을 방문했다. 부처님께 삼배하고 아버지 영가등을 접수했다. 아빠 형제들의 뜻에 따라 49재는 칠보성당 기도 봉헌으로 하려고 해서 내 마음을 전한 것이다.
아빠와 함께 2004년 금강경도 듣고 법당 봉사도 하고 깨달음의장도 보내드렸던 기억들. 백일기도 입재식 날 들려왔던 오빠의 암 진단 소식과 기도 대중 생활, 오빠의 49재, 서원 행자 생활, 포살법회 소임, 저녁 예불 집전, 10년간의 108배와 명상. 내 젊은 날이 가득 담긴 공간에 감사와 사랑을 전하고 출발하는 마음이 좋다.


#유토피아 추모관 #삼우제

할아버지 할머니 계신 천주교 전용관. 봉안당마다 개성이 너무 다양하다. 마치 죽은 이들의 아파트랄까. 아빠 엄마 두 분이 예쁜 함에 담겨있으니 기분이 묘하다. 인근에 마왕 신해철 님과 다양한 뮤지션이 있다. 춤과 음악을 좋아하시더니만, 두 분의 동네가 마음에 든다. 창업 초기 많은 의논과 이야기를 나눠주셨던 마리오 황준욱 선생님도 찾아뵙고 갈 수 있어 좋다.
계신 모든 분들께 메시지를 남기고 돌아가는 길 마음이 가볍다. 앞으로 내 삶은 어떻게 펼쳐질까 흥미롭다.


#서일농원 일죽 걷기


막내 작은엄마가 알려주신 맛집 서일농원에 가서 저녁식사를 했다. 아빠도 좋아하실 밥상. 잿상은 안 차렸으니 이걸로 대신하자. 잠시 아빠를 묵상하고 수저를 들었다. 꼼꼼히 잘 먹고 서일 농장 정원을 구경하고 걸어서 일죽 터미널로 가는 길이 너무나 아름답고 좋았다. 덕분에 장례 사이 멈추었던 만보 걷기 달성!!!! 일상으로 돌아가기 시작이다.

토요일이라 오가는 길 도로가 무척 막혔지만 짬짬이 잘 수 있어 좋았다. 모처럼 구두를 신었더니 발이 아파 강변역에서 워킹화도 새로 장만했다. 남은 기간 걸으며 잘 지내야지 :) 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