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3 백일 프로젝트 첫째날
진지하고 출입이 삼엄한 종합병원에서 일주일을 잘 보내고, 동네 병원으로 전원까지 잘 마무리했다. 엄마의 어깨 수술. 앞으로 한 달 더 잘 보살펴야겠지만 일단락된 것에 감사하다.
암 치료와 검사를 병행하는 기간 중이라 이번 수술에 적잖이 마음을 졸였다. 나의 캐릭터는 작은 아씨들로 치면 조인데 최근 여러 관점에서 베스 역할을 하려나 적잖은 노오력이 필요했다.
수고한 엄마도 나도 토닥토닥~ 그리고 오늘은 백일 프로젝트 첫째 날. 햇살도 좋고 기분이 좋다.
백일프로젝트 첫째 날 질문카드는 ‘인생 밥상! 기억에 남는 한 끼는?’이다.
오늘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하다가 문득 떠오른 기억 한 장면. ㅇㅇ역 근방 벤치에 앉아 먹던 도시락. 오빠와 나 그리고 엄마가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함께 식사를 했던 날인데, 느닷없이 엄마가 (내 생각에는 패스트푸드인)ㅎㅅ도시락을 잔뜩 가져와서 그것도 도로 옆 가로수 아래 벤치에서 먹게 된 거다.
건조한 바람이 불어 먼지가 날렸던데다 날은 좀 더워지기 시작하고 속으로 이런 걸 여기서 왜 먹어야 하냐며 뾰로통해서 먹는 둥 마는 둥 버렸다. 한데 오빠는 묵묵히 그걸 먹었던 거 같다.
우리 셋이 밥을 먹은 기억이 없다고 여겼는데 그날이 있었구나. 생각하니 짠하고 그때는 엄마가 왜 그럴까 싶었는데 나중에 들어보니 가맹점을 해보려고 교육을 받으며 나름 엄마가 만들어 온 도시락이었던 거다. 엄마는 그무렵 상가를 분양 받아 오빠랑 가게를 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내가 23살이 넘어서야 서로 만나기 시작한 어색한 사이였던 엄마와 나. 4살 무렵 두 분이 헤어지셔서 엄마가 해준 도시락을 먹어본 일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질문 덕분에 불만으로 잊혔던 그날이 떠올랐다. 우리 두 남매에게 도시락을 만들어주고 싶으셨겠구나 싶어 엄마를 다독여주고 싶다. 그리고 많이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