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가기 질문상자 글쓰기 챌린지
롤모델이라는 단어만 접해도 가슴이 뛴다. 살아오면서 가슴이 뛰게 만드는 사람들이 나의 롤모델이 되곤 했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 나의 롤모델은 정치인이었다. 번번이 선거에서 떨어지지만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자신의 길을 가는 정치인의 자서전을 읽고 와 멋지다 하며 가슴이 뛰었다.
그 책은 얇고 광택이 나는 스노우화이트지 쯤 되는 종이의 노란색 표지에 검은색 펜글씨로 '대중은 살아있다'라는 제목으로 내용은 흑백 만화로 구성되었다. 때문에 어린 시절 나의 관심은 민주화 혹은 정치에 오랜 시간 머물러 있었다.
이후 고학년이 되면서 연예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는데 나는 춤을 잘 추는 박남정에 끌렸다. 춤을 잘 추고 싶었지만 박치였다. 그래도 어른이 되면 춤을 열심히 배워야지 마음먹었는데 실제로 20여 년 넘게 다양한 춤을 배우고 시도하고 있다. 어쩌면 롤모델보다는 자신의 선택과 결정이 삶의 밑그림에 영향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중학생이 되면서 본격 도서관 생활이 시작되었는데 그때 서가에 꽂혀있는 소설책의 작가들처럼 살고 싶었다. 내 책이 과천도서관에 한 권 꽂혀있고 우연한 기회로 나 같은 소녀가 읽고 꿈을 꿀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도 책 한 권 짓는 것에 대한 상상을 하면 기분이 날아다닌다.
서태지가 나타났던 중학교 2학년 때 서태지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길을 가는 삶. 학교 중퇴와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음악)의 혁신성, 제도권에서 유순하게 보이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해내는 과감함. 은퇴조차도 멋있었다.
학교는 차마 중퇴할 용기가 없었고, 실업계 학교로 진학한 것은 책 <꽃들에게 희망을>과 서태지의 영향이 컸다. 나의 길을 만들며 삶을 살아가는 것과 사회에 선향 영향력을 미치는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20대 초반부터 시작된 사회생활은 퇴사의 연속이었고 직업도 은행원-대기업- 잡지, 출판 등 뭔가 내 마음속에서 하고 싶던 일들을 내 그릇 안에서 경험하게 되었다.
춤, 여행, 여러 도전들 속에서 만나게 되었던 스승들이 롤모델이기도 했다. 전공 교수님이었던 정운영 선생님, 요가 스승님이셨던 이태영 선생님, 불교와 수행 스승님이었던 법륜스님 내가 선택했던 롤모델은 대부분 남성이었고 자신의 길을 만들며 살아가는 사회에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어느 순간 이 롤모델들이 아빠에 대해 채워지지 않은 갈증으로 만들어진 페르소나라는 것을 이해하면서 내 무의식에 만들어진 롤모델 부모님에 대해 탐사하기 시작했다. 닮기 싫고 이해할 수 없었던 엄마의 삶을 내 삶에서 구현해내고 있는 나, 아빠의 간절함 바람이 담겨있던 내 이름에서 삶의 모습들까지... 롤모델을 통해 나를 알 수 있었다.
최근에는 BTS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는데 그들의 성장을 돕고 기획한 방시혁 PD에 대해 궁금해져서 오늘 오전에는 2020년 빅히트 컴퍼니 브리핑을 시청하게 되었는데 한국어 교육사업까지 확장한 그들의 도전에 내 가슴이 또 쿵닥쿵닥하더라.
글을 쓰다 보니 정해놓은 롤모델이 없는 금사빠임을 인정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