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가기 질문상자
여러 차원에서 떠오르는 삶의 순간들. 그중에서 오늘 하루 종일 내 가슴에 머물러 있던 인연.
2007년 모 패션회사에서 설립한 아동서 전문 출판사에서 일했었다. 나는 그때 사랑하고 감사하는 법을 잘 몰랐다.
여러 부족함과 어려움이 있는 기업이었는데 당시 편집장님, 영업과장님 두 분이 그 어려움을 온 몸으로 느꼈을 때 였던 것 같다.
이십대 후반, 조용히 사회에 불만이 많았던 나는 양보가 없었다. 뒤에서 험담을 하며 적당히 그 상사들을 깎아 내리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날 옆자리 대리님에게 메신저를 보내면서 영업과장님의 뒤담화를 했는데 세상에 그 메신저를 과장님한테 보낸 것이었다. 전송을 누르고 순간 싸~해졌는데.
영업과장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얼굴이 벌개져서 뭐라고 소리쳤다.(너무 쫄아서 기억도 안남) 나는 완전 꿀먹은 벙어리가 되어서 그 자리에서 얼음.
그 순간에도 내 수치심에 빠져서 그 분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았다. 그 후 몇 해가 지나고 퇴근길에서 우연히 그분을 스치듯 지나쳤는데 우물쭈물 하다가 지나쳤다. 오늘 종일 그 장면이 떠올라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입장 정리가 필요했다.
아직도 그때 생각하면 마음이 편칠 않다. 생각해보니 꽤 오랫동안 '관용이라곤 없었던 20대의 잘난척 가득했던 시간'이라며 나 자신도 비하하고 있었구나 알게 된다.
그때 그 사람이 내게 최악의 인연이라고만 여겼는데 그 시절의 나와 그때의 상태를 용서하지 못했던 관점이 최악의 인연으로 만들어 놓았음을 이제 조금 알 것 같다. 그리고 조금더 진실하게 그때 미안했다고 얘기를 건낼 수 있을 것 같다.
2020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