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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드라마, 도서는?

가까이가기 질문상자 45

by 로사 권민희

주제 :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 드라마, 도서는?


어린 시절 학교를 다녔던 과천에는 극장이 딱 하나 있었다. 전화국 옆에 과천 극장이었는데 개봉 영화 그림 현판이 4절지보다 크다며 우스개로 얘기했던 작은 상영관이었다. 국민학교 때 단체 관람을 하려면 전교생을 나눠서 학년별도 아니고, 몇 개 반씩 들어가야 할 정도 규모였으니까.


나는 그곳에서 아주 복작복작하게 우뢰매를 관람했다. 첫 영화관 경험이었겠지. 심형래가 에스퍼맨으로 나오고 데일리 역으로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예쁜 그녀가 나왔다. 어떤 까닭인지 나는 그때 데일리에게 심취했는데 기억에는 중학교 때까지 꿈에 등장할 정도로 그녀에 대한 애착과 동일시를 겪었다. 초능력을 갖고 싶었는지 저 넓은 우주의 소녀가 되고 싶었던 건지.


국민학교 때 고작해야 안방극장(주말의 명화, 토요명화) 등에 심취했지만 엄마의 잔소리에도 아랑곳않고 TV를 붙들고 있던 집념은 영화가 처음이었다. 중학교부터는 스크린 잡지를 보기 시작하며 영화 소녀였던 나는 이후로 수많은 영화들을 보고 울고 웃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면서 첫 번째로 떠올리는 것이 우뢰매인 것은 왜 때문인가. 굳이 연관 짓자면 어제가 어린이날?


영화 자체의 작품성이 다양한 리스트를 떠올려보자 하며 주의를 돌렸다. 헌데 떠오르는 것은 '친절한 금자씨' 왠지 신파적인 제목 덕분에 내용도 살펴보지 않고 개봉 날 부모님을 모시고 안양에 있는 극장으로 향했다. 차마 함께 보기 어려웠던 난감한 2시간이었달까.


불광동 CGV에서 본 영화는 기억도 안 나는데 그 영화 보고 나오는 길에 남자 친구랑 헤어졌던 영화도 있었지. 내 삶의 시간 속에는 영화가 참으로 많지만 영화와 얽힌 삶의 순간들이 너무너무 떠오르는구나.


양재동 시절, 백수에 가까운 영화 시나리오를 쓰던 그와 옥탑방에서 랩탑으로 보았던 영화들. 아 그때 나의 월남치마를 입고 춤을 춰주던 그는 몇 해 전 미국행 비행기 안에서 감독으로 이름을 보았다. 캐스팅은 참 좋았는데 흥행에 실패한 듯 보이는 그는 지금쯤 어디서 무얼 할까.


드라마로 치면 또 할 말이 무한대인데, 오늘은 여기까지.


도서, 내 인생의 책 역사 8할을 중학교까지 과천도서관에서 서고를 애벌레처럼 파먹으며 지냈다. 며칠 전 우리 글쓰기 친구들과 함께 읽은 <꽃들에게 희망을>은 내가 중학교 독서 토론 모임에서 읽고 고등학교 진학을 결정케 한 힌트를 제공한 책이다. 꽤 시간이 흘렀음에도 내겐 참 소중한 책. 나에게 대한 깊고 자상한 관심을 가져주던 J에게 선물 받아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책도 애장품이로구나.


며칠 전 우리는 어린이날을 맞아 이 책을 함께 읽었다. 목소리를 통해 사람을 세상을 알아가는 한 소녀를 위한 시간, 그 마음. 우리는 완전하지도 완벽하지도 않았다. 동영상은 저장 에러가 났고, 5월 5일에 선물하고 싶어 음성 파일을 부랴부랴 만들었다.


1시간 여 우리는 세 문장을 반복해서 읽으며 깊은 사랑을 느꼈다. 앞으로 우리는 몇 회 더 이 모임을 만들 것이다. 앞으로 만들어갈 이 모임이 어떤 기쁨을 만들지 너무나 설렌다.


#마음피트니스 #가까이가기질문상자 #카카오프로젝트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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