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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애장품 보물 1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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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사 권민희

엄마가 이사하시는 날. 70대의 이사는 조금 특별하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이사가려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 노부부은 낡은 집을 사서 넓은 집으로 이사하는 것이다.
깨끗하게 수리하고 도배 장판을 하고 싱크대를 바꾸며 보름을 보내시더니 힘들다 힘들다 하셔서 주 2회씩 들여다 보는 중. 기존 집에서 내 눈에는 버릴 것들인데 그분들에게는 애장품들이어서 이제 함부로 손대는 것을 멈추었다.
그 과정을 곁에서 겪으면서 알게 된 것은 엄마의 사고 방식 10년 안팍으로 살 집으로 예상하고 그 집을 선택하고 사는 방식을 꾸리시는 것이다. 이집의 세입자들과 함께 앞으로 꾸려나갈 삶의 모습은 또 어떻게 펼쳐질까 궁금하다.
살림 부자 엄마는 정리정돈에는 별관심이 없어 곧 들어올 이삿짐이 어떻게 부려질지도 조금 두렵다. 정리는 나의 몫인가 ;;

내게는 엄마 살림과 내 살림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이 집에서 가장 애정하는 것은 컵 정도이다.
나의 살림에서는 요리할 때 즐겨쓰는 그릇이나 반고흐 그림이 새겨진 컵도 아끼고 엄마가 선물한 휘슬러 냄비도 애장품이다.
책꽂이에 가득한 일의 흔적들 내 생각에는 업적들. 기자와 편집자의 직업이었을 때 편집했던 책들과 잡지들(일부 정읍 집에 보관했던 자료들은 소실 되었다)과 즐겨읽었던 책들, 해리에게 선물받은 책들. 창업 후 만든 자료와 콘텐트 등 주로 종이류가 많다.

습관적으로 애장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적다보니 정말 내가 애장해야 하는 것은 무엇일까 머리를 긁적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