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가기 질문상자 글쓰기
머릿속 한 켠에서는 지난번에 한 번 글을 쓴 적이 있다며 그때 쓴 글을 복붙 하자는 유혹이 일어난다. 현재 시간 12시 33분. 5월 10일까지 공개된 뱃부 아르헤리치 페스티벌 : 생상의 동물의 사육제 유튜브 공연을 보다가 글을 쓰기 시작한다. 공연도 31분이 지나고 있다. 백조 파트를 들으며 키보드를 두드린다.
몸을 움직여 물리적인 이동을 하는 것을 여행이라 할 수 있겠지만, 나는 가끔 이런 음악 여행을 즐긴다. 약기가 주는 느낌과 곡에 담긴 스토리를 느끼면서 듣다 보면 다른 세계를 다녀온 기분이 든다. 책도 마찬가지 그래서 음악과 책을 활용한 테라피들이 있겠지.
느지막이 아침을 먹고 둥굴레차를 끓여 큰 머그잔에 담아 마셨다. 몸이 따뜻해지고 긴장된 것들이 풀어지는 느낌이다. 이런 순간도 너무나 황홀한 여행이다. 둥굴레차는 괴산의 명상가 K선생이 보내준 것을 바디워크 하는 아일린 언니가 나눠준 것이다. 몇 차례 마셨지만 오늘 유독 향도 진하고 아주 맛있게 끓여졌다.
5월에는 엄마의 이사 준비를 도우며 그 집에 쌓여있던 기물 중에 내가 필요했던 두 가지를 획득했다. 하나는 차 끓이는 기구이고 또 하나는 야채 탈수기. 두 가지 물건이 집에 들어오니 만족감이 꽤 오래간다. 쓸 때마다 고맙다. 제조일자를 보니 약 4~5년쯤 엄마 집에서 묵혀있던 가전이다. 가전도 숙성을 시키는 우리 어므니. ㅎㅎ
글을 쓰면서 짬짬이 영상을 들여다본다. 연주를 하는 좌석 배치와 연주자들의 표정과 연기가 너무 재밌다. 이쯤 되면 우리 집 작은 방 나의 작업실은 공연장으로 여행을 하고 있다. 한번 더 봐야지.
질문상자의 질문들을 단답형 단어로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물음을 느끼면서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글쓰기가 좋다. 매일 질문상자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요즘 내 일상을 관통하고 있는 여행의 요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