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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Aug 04. 2024

무계획 속의 경이로움

8월 3일 질문 : 당신의 삶에서 감사할 만한 것은 무엇이 있나요? 감사거리 세 가지를 찾아보세요.


1. 올봄부터 왼쪽 어깨가 아파서 좀 우울했어. 정형외과, 마취통증의학과, 한의원, 약국, 바디워크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으며 다른 견해를 듣고 적용했어. 그럼에도 계속 통증이 이어졌고, 수술해야 한다는 관점도 있었지. 오늘은 흑석동에 위치한 재활의학과를 갔어. 어머나 이 선생님은 강한 확신으로 수술하지 않고 나을 수 있다고 하셨고, 그동안 받은 것과 다른 치료로 통증이 훅 내려갔어. 어찌나 감사하던지.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지. 

2. 치료 마치고 언젠가 한 번 일로 만났는데, 더 얘기 나눠보고 싶었던 또래 친구가 SNS에 보여서 차 한 잔 나누자고 연락하니 흔쾌히 약속을 잡았어.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마음이 참 편하고 좋았지. 시기는 다르지만, 함께 마음공부를 해왔고, 명상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좋았어. 붓다는 도반이 수행의 전부라고 표현하셨지. 자신을 단련하는 멋진 친구를 만날 수 있어 정말 기뻤어. 마침, 마스터들의 단톡방에 발레 공연 티켓을 얻을 수 있어서 즉흥적으로 강남에서 광명으로 넘어갔어. 

3. '이생규장전' 김시습의 금오신화에 등장하는 러브스토리를 재구성한 모던 발레였어. 무용수들이 중력을 거슬러 나비처럼 움직이는 모습에서 시간의 길이를 느꼈어. 이 한 무대를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닦아왔을까. 몰입감 있는 연출과 전통미가 느껴지는 의상, 한국 창작 발레 공연이 이토록 멋질 수가 있구나 감탄했어. 세계 무대에도 날개를 펼칠 것 같아.  특별한 공연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볼 수 있어 행복했어. 

포기하지 않고 정성껏 나를 돌볼 수 있어서, 뜻이 맞는 친구를 만날 수 있어서, 경이로운 예술을 만날 수 있어서 한껏 바보처럼 행복했던 토요일. 찜통 같은 날씨가 하나도 짜증이 나지 않았어. 오늘은 정말 활짝 웃음 지으며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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