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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민희 Nov 04. 2018

가을의 선물

하루 5분 너그러움 키우기 4일째

동네,
도착해 전화 걸었더니
“밥 먹으러 와요~” 선뜻 부르신다.
1인 식당
복래찬합 이유숙 사장님.
내 가방 베고 자는 댕댕이 소녀와

정성스러운 밥상에
환대를 배운다.

우리는 수다 삼매 끝에 11월에 함께 글쓰기 모임을 결성하기로 했다. 11월은 모임의 달로~^^


집에 들어가니 아버지가 보낸 감 상자가 문 앞에서

‘어서 오너라’

집 마당에서 해마다 과실을 내어주는

감나무 신의 선물이다.

검은 점, 흠집, 무른 것 등등 뜯어보면

상품이 될 수 없는 아이들.

그러나 반전은 100여 개를 빼곡히 담은 상자는

아주 유쾌한 게,

위는 보기 좋은 상품 아래로 갈수록 하품이 담기는

시중 과일 상자와 다르게

바닥으로 갈수록 크고 멋진 감이 숨어 있다.

꺼내어 쟁반에 차곡차곡 담으며,

옆방, 옆집, 동료들 나눌 거

오늘 만날 미국 사람 유진 언니네 싸갈 것 까지

나누는 마음이 신난다.

아침에 고무인간이 되고픈 마음을 어르며

5호선 지하철에 올라 브런치 정리하며 이동하고 있다.

지하철에서 낯선 이들에게 자비심 연습을 했다.

2명쯤 하고 나서 문득 떠오르는 이가 있었다.

그이를 떠올리면 연결되는 불편함이 함께 느껴졌다.

3년 가까이 이 불편함을 가지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거슬러 올라 꽤 오래 전의 것이었다.

이 미세한 불편함을 잠시 맛본다.

그때 내가 속상했구나.

내 감정에 솔직하지 못했구나.

새로운 관점이 생겼다.

사실을 말하면 편해진다.

그이를 떠올리며 자비심 연습을 했다.

지금은 내가 할 수 있는 전부 같지만 이제 시작이다.

살펴볼 과제다.

며칠 전 endure라는 단어를 살펴보기로 했는데

내가 견디지 못하면서

즉 희생자의 느낌으로 있으면서

인내한다고 혼동하는 부분들이 삶에서 드러났다.

그것조차 받아들이는 것이 저항되면

유통기한이 긴 인스턴트처럼 나타나 괴롭다.

이게 마음의 검은덩어리구나.

관계 맺기를 다시 살펴볼 수 있는 기회.

정신이 탱글 해진다. 일요일의 깨어남.

구리로 가는 버스에서 이어지는 살펴봄이 흡족하다.


2018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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